매일신문

12년째 '밥퍼 목사' 자청…박태동 노원교회 담임목사

"배고픈 이들에게는 따뜻한 밥 한 끼가 최고의 행복일 것입니다."

12년째 '밥퍼 목사'를 자청한 대구 노원교회 박태동(63) 담임목사. 그는 교회 지하 1층 식당에서 매주 수요일 운영하는 '사랑의 식탁'이 노원교회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배를 채워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자 시간이기 때문.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서부터 폐지 줍는 할머니, 노숙자 등 120여 명이 찾아와요. 배불리 밥을 먹고난 그 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가슴이 찡해져요."

수요일 사랑의 식탁이 열리는 점심시간. 박 목사는 이날이면 어김없이 교회 식당으로 향한다. 매주 한 번이지만 배고파 찾아오는 이들에게 점심밥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박 목사는 밥도하고 배식도 하며 설거지도 돕는다. 땀이 흘러내리고 힘들기도 하지만 목회자의 당연한 길이라고 여기고 있다. 사랑의 식탁에는 신자로 구성된 운영위원 30여 명도 함께 한다. 이들은 5개 조로 나눠 매주 돌아가며 자원봉사를 한다.

노원교회의 '사랑의 식탁'은 1998년 IMF가 터지면서 시작했다. 당시 교회 인근 만평로터리 공원에는 노숙자들이 생겨났고, 교회 건너편 인력시장에도 일자리를 못 구한 가장들이 넘쳐났다고 한다. 박 목사는 이들을 볼때마다 늘 마음이 아팠고 밥 한 끼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에서 '누구나 오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수요일마다 사랑의 식탁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여전도회서 무료급식을 위한 경비로 70만원을 내놨어요. 그 돈이 결정적 계기가 되어 지금껏 이어지고 있지요."

박 목사는 신자들이 십시일반 급식비를 내는 분이 많아 돈이 없어 사랑의 식탁을 열지 못한 일은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사랑의 식탁 10주년을 맞아 2008년 10월에는 교회 마당에서 돼지를 잡고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 놓고 이웃 주민들을 초청, 잔치를 열기도 했다.

"사실 노숙자 가운데 하루 한 끼 먹고 다니는 분도 있어요. 어떤 분은 너무 굶주렸는지 무려 10인 분을 먹는 분도 있지요.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려요."

박 목사도 어릴적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았다고 했다. 경북 예천 호명면이 고향인 박 목사는 소작농으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는 가정에서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스스로 교회를 찾아간 그는 초등학교 5학년때 목회자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어린시절 호명면에 있던 한알중고등학교를 다녔어요. 학교 설립자인 고 조문기 교장이 자신을 신복으로 여기고 키워줬어요. 경제적으로 힘든 저에게 인생길을 열어준 셈이죠. 정말로 고마운 분이죠"

서울서 신학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강북제일교회에서 전도사로 출발한 박 목사는 양지문교회 목사를 거쳐 대구 노원교회에서 16년간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그는 1998년 선교단체인 '비라카미'를 창립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4개 국가에 150개 교회와 병원 11개를 설립했고, 신학생도 8회나 졸업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또 대구 극동방송국 설립 추진위원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10여년 노력 끝에 올해 8월 개국 허가를 받았고 12월 방송 개국을 한다고 전했다.

"저의 좌우명은 '마지막날에 주님 앞에 설 내 모습을 그려보며 오늘을 진실하게 살자'는 것입니다. 신자들에게도 항상 신행일치하라는 삶을 가르치죠."

박 목사는 영혼구원과 지역사회 봉사라는 교회의 본질에 충실할 때 교회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청빈한 삶을 살아가려 애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신용카드, 휴대전화, 명함을 쓰지 않고 있다. 대구성시화운동본부 대표본부장이기도 한 박 목사는 조기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목사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목사를 그만두면 20대 때 활동해본 농민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농촌 선교에 나설 계획이다.

"농촌교회는 너무 피폐화 돼 있어요. 이농현상으로 신자가 적어 교회운영조차 힘들고요. 그래서 농촌 선교단체를 결성해 허약한 농촌 교회를 프로그램적으로 지원하고 싶어요."

평생 목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물질과 명예의 욕심을 비우라고 했다. 그래야만 마음이 자유로워 지고 그 자유로움이 하나의 청빈한 삶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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