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학교 우리동창회] 대구 덕원고등학교 총동창회

산비탈 운동장 자갈 나르며 '열공'…신흥 명문고 급부상

1980년 문을 연 덕원고는 개교초기 3년간은 계속 교사를 한층씩 지어가면서 신입생을 모집해야 했다. 덕원고 총동창회 제공
1980년 문을 연 덕원고는 개교초기 3년간은 계속 교사를 한층씩 지어가면서 신입생을 모집해야 했다. 덕원고 총동창회 제공
임광호 총동창회장
임광호 총동창회장

대구 덕원고등학교의 교훈은 '큰 뜻을 품고 힘을 기르자'이다. 미래지향적인 인재양성을 교육 이념으로 한 덕원고는 올해로 개교 30주년을 맞았다. 다른 고교에 비해서는 연륜도 동문 수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덕원고 총동창회원 수는 2010년 2월 졸업생을 포함해 1만6천500명이다. 하지만 교훈이 시사한 것처럼 지와 덕을 으뜸으로 한 교풍의 영향 덕에 짧은 연륜에도 덕원고 동문들은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젊은 고교였던 만큼 덕원고 총동창회는 1983년 1회 졸업생들이 대학 1학년일 때 구성됐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임광호(2회·46·치과의사) 덕원고 총동창회장은 "선후배 간 화합과 모교에 대한 애교심 고취가 최우선 과제"라면서도 "더 나아가서는 지역사회 발전에도 함께 힘써보자는 것이 총동창회의 목표"라고 밝혔다.

덕원고는 (재)덕원학원이 1979년 수성구 황금동 대성중학교를 인수해 덕원중학교와 덕원고등학교로 출범했다. 중학교는 대성중학교 교사(校舍)를 그대로 사용해도 됐으나 고등학교는 인수 당시 교사가 없었다. 급한 대로 1979년 먼저 1층 건물만 지어 고교 신입생을 맞은 때가 1980년 3월이다. 이후 1년에 한 층씩 교사를 지어가면서 계속 신입생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 때문에 덕원고 1, 2, 3회 동문들은 교사를 짓는 공사소음이 진동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부해야 했다.

성영배(2회·46) 총동창회 사무국장은 "그런 환경 속에서도 젊은 선생님들의 열성 덕분에 스파르타식으로 공부했고 학업성취도도 개교 초기지만 전국 5위권 안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성 사무국장에 따르면 개교 당시 덕원고 학생들과 교사(敎師)들의 평균연령은 열 살 차이도 나지 않았다고 한다. 1회 동문들은 입학과 동시에 오후 9시까지 야간자습을 해야 했고 이런 '열공'은 이웃한 신생 경신고에서도 교사들이 견학을 올 정도였다. 덕원고는 2002년 수성구 황금동 교사에서 지금의 욱수동 교사로 이전했다.

◆서병십 초대교장과 황금동 산비탈 교정

신생학교로서 학력 신장이 급선무였던 1980년대 초 덕원고 서병십(작고) 초대 교장은 학생들 사이에 군기반장으로 통했다. 그는 하루 종일 교실을 순시(?)하며 조는 학생과 떠드는 학생들에게 회초리를 날렸다.

오의식(2회·46) 총동창회 이사는 "서 교장선생님은 유별나시기도 했지만 함자와 관련한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있다"고 했다. 학교 작품발표회 하루 전 인쇄물에 교장선생님의 함자 중 '십'자가 '섭'으로 인쇄됐던 것. 부리나케 알아보니 학생들이 원고를 잘못 쓴 줄 안 인쇄업자가 자의로 '십'을 '섭'으로 고쳐 인쇄했다는 것. 이에 학생들은 일일이 '섭'자의 한 획을 지우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또 개교 당시 황금동 학교는 산비탈에 지어져 운동장이 온통 자갈밭이었다. 자연히 운동장이 단체기합과 체력단련의 장소가 됐다. 1, 2, 3회 동문들은 매번 교련시간에 모자에 자갈을 한 움큼씩 주워내야 했고 단체기합을 받을 땐 운동장 한 바퀴를 도는 것이 곧 산비탈 한 바퀴를 도는 것과 같아 얼추 30~40분은 뛰어야 했다. 그러나 고생한 만큼 개교 초기 동문들은 정과 의리가 쌓여갔고 애교심도 생겼으며 성적은 나날이 올라갔다. 그때만 해도 대입시험에 체력장(20점 만점) 점수가 첨가됐는데 덕원고는 전교생이 만점을 받았다. 성 사무국장은 "팔이 부러져 깁스를 했던 친구마저 만점을 받았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한 동문 간 끈끈한 유대감의 개가였다.

◆모교의 장학금 지원

덕원고 총동창회의 모교 장학지원은 독특하다. 뭉칫돈을 조성하기보다는 십시일반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임 회장의 제의로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덕원후배사랑'장학금이 그것이다.

후배사랑장학금은 몇몇 재력 있는 동문들에게 의지하기보다 전 동문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즉 매달 몇천원에서 몇만원 정도를 정기적으로 모아 1년에 한 번씩 모교에 기탁하고 있다. 현재 참여하는 동문 수는 140여 명. 연간 1천만~1천500만원의 장학금이 모이고 총동창회는 이를 학교에 기탁하면 해마다 재학생 30여 명에게 한 학기 등록금으로 주어진다. 이런 제도는 참여하는 동문이 늘면 늘수록 장학금도 따라 늘어나는 체계를 갖춘다.

이 밖에 동문 한의사, 치과의사들이 조성한 한의사 장학금과 니사금 장학금, 익명의 독지 동문 등이 기탁한 장학금이 있으며 사용 내역은 전적으로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체육부 지원

덕원고 교기는 유도로 선정돼 있다. 1985년 유도부가 창단된 이래 성적은 1996년 대구광역시 학도종합체육대회 준우승, 대구광역시장기 유도대회 고등부 우승을 했으며 2000년대 들어 김우선 선수가 춘계 전국 남·여 중고연맹전에서 1위를 했고 2년 뒤 윤재현 선수가 아시아 유도선수권대회 1위와 전국체육대회 은메달을 땄다. 이에 총동창회는 입상자에 대해 장학금과 대회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수영은 반선재(현재 1학년 재학) 선수가 올해 전국체전 여자 자유형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 동·은메달을 획득했다.

◆학교를 빛낸 동문들

덕원고 동문들은 학계, 의료계, 법조계 등 전문직 종사자가 전체 10%를 차지한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진 직업군은 의료계와 정관계 직군이다.

학계는 나노 분야 기술개발로 노벨화학상 후보에 거론되는 현택환(1회) 서울대 화학과 석좌교수를 비롯해 김일권(1회) 한국학 중앙연구원 교수, 이종환(3회) 구미1대학 부총장, 정동근(2회)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박영호(3회) 경북대학교 교수, 안덕근(4회)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있다. 의료계는 이성룡 계명대의대 약리학교수, 김상걸(3회)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김찬덕(7회) 경북대병원 내과교수, 권순호(3회) 미르치과 병원장 및 '시골의사'로 유명한 경제전문가 박경철(1회) 원장이 있다.

법조계는 도정환(1회)·최광휴(1회) 변호사와 반정우(5회) 강릉지원 부장판사, 권순형(4회) 대법원 연구법관 및 김경철(4회)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 부장판사, SBS 솔로몬의 지혜에 출연했던 이정호(7회) 변호사 등이 있다.

정관계는 권기일(1회) 대구시의원과 김수용(5회) 경북도의원을 비롯해 이우헌(1회) 근로복지공단 기획이사, 서규영(2회) 금융감독원 공보팀장, 최달영(5회) 감사원 감찰담당관 등이 있다. 재계는 이인규(1회) LG전자 이사와 송영탁(2회) 롯데그룹 이사, 이용한(4회) SK텔레콤 상무이사 등이 활동하고 있다.

◆총동창회 연중행사

매년 1월 신년교례회를 필두로 2월 집행위원 워크숍이 있으며 4월에 덕원 이사회 의장배 골프대회와 재경덕원동창회 등반대회가 열린다. 5월엔 덕원가족 체육대회가 성대하게 열리고 10월에 덕원가족 등반대회와 이사회 등반대회, 재경덕원동창회 체육대회가 열린다. 그리고 매년 12월엔 은사의 밤과 함께 덕원총동창회 정기총회로 한 해를 마무리 짓는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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