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 읽기] 철학, 삶을 만나다/ 강신주/이학사

진정한 행복이란 철학하는 삶과 함께한다

철학의 부재. 지금 우리 삶을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세계에서 가장 '학습'을 열심히 하는 국민들이지만, 정작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잊고 살아가며, 삶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는 과시적 소비와 허영이 더 지배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철학이 우리 삶에서 이토록 멀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어려운 번역서들에다 쉽고 재미있는 해설서의 부재. 그렇게 철학은 조금씩 우리에게서 멀어져 갔을 것이다. 정작 우리 삶에는 철학이 절실히 필요한데도 말이다.

강신주의 『철학, 삶을 만나다』를 읽었다. 젊은 철학자 강신주는 이 책에서 왜 우리가 철학을 해야 하는지, 철학과 삶의 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말한다.

1부 철학적 사유의 비밀에서 저자는 사유를 발생시키는 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 말처럼 철학과 삶의 관계를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철학적 사유란 삶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자명한 것들을 낯설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것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것에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처럼, 삶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사유를 통해 삶을 낯설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철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삶을 낯설게 돌아보도록 만드는 불가피한 사태가 도래하기 전에, 철학적 사유를 통해 '미리 삶에 낯설어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적 사유란 다시 반복되지 않을 소중한 삶을 후회 없이 살겠다는 우리의 의지와 결단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친숙함이 사라지고 낯섦이 찾아오는 바로 그 순간이 우리의 생각이 깨어나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들뢰즈도 우리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예기치 못한 사건과의 조우, 즉 '마주침'(encounter)으로부터 비자발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비자발적이다'라는 말은 낯선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생각이 우리에게 찾아오는 과정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예외적인 '사건'의 발생, 그 사건과의 우연한 '마주침' 그리고 그 사건의 기호에 대한 '해석'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사유하기는 불편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부에서 저자는 우리가 친숙하게 느끼는 중요한 몇 가지 것들을 낯설게 만든다. 우리가 자명한 것이라고 생각해온 네 가지 테마, 즉 사랑, 가족, 국가, 자본주의에 대해 저자는 낯설게 보기를 시도한다. 현재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것들이고, 그 때문에라도 철학적으로 반드시 음미되어야만 할 주제들에 대해서 말이다.

예를 들어 '국가라는 가장 오래된 신화'에서 저자는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어떤 은행에서 일어났던 인질'강도 사건에서 비롯된 용어인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인질들이 빠지게 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 모든 국가의 통치행위에는 본질적으로 국민을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뜨리려는 책략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묻는다. 공권력이라는 명분으로 폭력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기구로서 국가와 개인을 국가의 목표에 종속시키는 생각, 즉 개인은 국가의 수단이며 국가는 개인의 목적이라는 생각인 '국가주의'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3부에서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을 철학적으로 성찰한다. 이 장에서 독자는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 즐거운 주체로서 삶을 영위하는 방법, 그리고 타자와 관계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삶과 철학의 마주침이 꼭 고통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진정한 행복이란 철학하는 삶과 함께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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