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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끊고 살기] 전통시장에 부는 '변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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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대여·고객 휴게실도 운영, 현금영수증에 신용카드 척척

전통시장에서 제공하는 사랑방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준다.
전통시장에서 제공하는 사랑방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준다.

가장 최근에 시장에 다녀오신 게 언제쯤으로 기억하시나요? "최소 몇 년 됐을 걸~." 머리를 긁적이는 분들도 꽤 될 것 같은데요. 이제 시장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뇌리에서 사라져가는 장소일 뿐인 것일까요.

아닙니다. 시장은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소리로 여전히 뜨겁습니다. 마트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더 질 좋은 물건을 찾으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보니 그 변화하는 모습을 미처 모르고 있었을 뿐이지요. 시리즈 13면

◆신뢰를 판다='슈퍼우먼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오랜만에 동구시장을 찾은 정경준(51·수성구 만촌1동) 씨. "동구시장은 확실히 변하고 있었고, 젊어지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것만이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상인들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지면서 손님을 대하는 태도부터가 바뀌었습니다. 상인교육을 이수한 점포에 한해 달아준다는 '모범가게'라고 적힌 상점을 들어서자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위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선반은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고 합니다. 시장 한쪽에는 시장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고객과 신뢰를 만드는 조언'이라는 계도성 홍보 전단이 붙어있었는데요. 그 첫 번째 문구가 "마트·편의점과 달리 시장 고객은 우리의 이웃이자 동반자입니다"였습니다. 화장실도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고, 시장 한가운데는 고객지원센터가 있어 장바구니를 대여해주며, 작지만 휴게공간도 있었습니다. 경준 씨는 "오늘은 시장을 빠져나오는 마음이 가벼웠다"고 했습니다.

장삼남(45·달서구 두류2동) 씨는 감삼동에 있는 서남시장을 소개했습니다. 2년 전부터 주말이면 아이들에게 신선한 재료로 맛있는 특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매주 들르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곳에는 자원봉사 할인 가맹점인 채소가게가 있습니다. 자원봉사 마일리지 통장과 신분증을 제시하면 물건값의 10%를 깎아준다고 하네요. 전통시장에서는 현금만 사용해야 해 불편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서남시장에서는 60% 이상이 신용카드 가맹점이고, 대부분의 가게에서 현금 영수증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서남시장 상인회 현호종 회장은 "희망근로 상품권, 온누리 상품권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신용카드 가맹점과 자원봉사 할인 가맹점을 더욱 늘려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착한소비 이뤄지는 시장공동체=어머니와 자주 갔던 칠성시장을 오랜만에 찾았다는 김정희(34·북구 복현동) 씨는 주부의 꼼꼼한 기질을 발휘해 정량 판매를 하는지 점검까지 해 봤습니다. 시장에서 산 오징어 1㎏은 집에서 다시 저울로 확인해봐도 정확하게 '정량판매' 맞았습니다. 정희 씨는 "게다가 1시간 무료주차권까지 챙겨줘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미혼여성인 우유미·박선영(29·달서구 상인동) 씨는 화원 5일장을 찾아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했는데요. "마음껏 둘러보고 발길 닿는 곳에서 사도 상관없어요. 다들 이웃사촌인데 뭐. 하하~" 하는 아저씨의 화통한 웃음에 확실한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곳 상인들은 먼저 장사를 끝내면 옆 가게 일을 돕는다고 하네요. 같이 일을 마쳐야 막걸리 한 사발 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정말 '함께 사는' 따뜻한 공동체 세상인데요. 유미 씨는 "수고로움을 가치로 환산하여 구입하는 '착한소비'가 이미 이루어져 있는 시장공동체"라고 썼습니다.

최명희(32·경산시 옥산동) 씨는 3살배기 엄마임에도 부지런히 시장을 누빕니다. 이번 주에는 경산 돼지골목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소개했는데요. 이곳은 대구의 방천시장처럼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 공간으로 이용되면서 예술과 공존하는 시장을 만들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썰렁했던 벽들이 그림으로 채워지고 볼거리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명희 씨는 지역예술가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멋진 골목으로 이곳이 탄생하길 기원했습니다.

전통시장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2002년부터 투입된 정부 예산이 1천160억원입니다. 어마어마한 금액이지요. 하지만 시장이 살아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공무원들도, 유통을 연구하는 학자들조차도 "시장활성화에 투입되는 예산은 안락사 비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회생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숨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세상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습니다. 오늘, 시장 한번 찾아가보시지 않으시렵니까?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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