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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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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남긴 시조는 '칼의 노래'에 다름 아니다. 작가 김훈은 장편소설'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을 인간적으로 묘사했다.

전투를 전후한 비장한 심경과 혈육의 죽음에 대한 아픔, 여인과의 정분 그리고 권력의 폭력성과 무상함을 그려내면서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와 내면세계를 새롭게 조명한 것이다. '칼의 노래'는 그래서 참혹한 전쟁에 사무친 칼의 고뇌와 무장(武將)의 피울음인 것이다. 인간 이순신의 삶의 애환과 시대에 대한 번민 그리고 죽음에 대한 사유 등을 실존적으로 그리고 있다.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는 측면에서 어떤 논자들은 이순신에 대해 이런 극적인 표현까지 내놓는다. '사회적으로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던 인물이 스스로를 다스리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다가 뜻하지 않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영웅적인 자취를 남기게 되었다.'

사실 이순신은 애초에 영웅적인 행동을 의도하지도 않았을뿐더러 평범한 관료로서 처세에 무관심하고 시류에 영합하지 않았다. 비록 학문을 했으나 당시의 주류인 문관이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평생 무(武)를 업으로 삼아온 전형적인 무장도 아니었다.

용장(勇將)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지장(智將)이요 덕장(德將)으로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이순신은 선비의 풍모를 갖춘 무장이었다. 충무공의 삶 밑바탕에는 조선 성리학이 다듬어 놓은 선비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무관이었지만 문관인 서애 류성룡과 지기(知己)였던 것도 그렇다.

'칼의 노래'는 그래서 무도(武道)와 올곧은 선비정신을 함께 웅변하고 있다. 선비의 기상과 무인의 정신을 대변하는 노래인 것이다. 이순신 장군 탄신 466주년을 맞는 오늘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떤 '칼의 노래'를 지니고 있는가.

지난 20일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퇴계 종택 인근에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이 문을 열었다. 집단이기주의와 당파성에 매몰된 채 '칼의 노래'를 부를 위인도, '칼의 노래'를 애써 들으려는 사람도 없는 부끄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가슴으로 다가서야 할 곳이 아닐지.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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