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미 비자금, 다시 주식으로 몰린다

코스피 연일 상승하자 '아직 늦지 않았다' 직접투자 증가

직장인 이상철(가명'36) 씨는 지난해 원금을 회복한 주식형펀드를 환매해 묵혀뒀던 뭉칫돈 3천만원으로 최근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넘는 등 앞으로도 상승 동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 씨는 수익률과 영업이익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주와 유망 코스닥 종목을 사들였다고 했다. 그는 "실질 금리도 마이너스고 ROE가 높은 종목을 유심히 지켜본 끝에 골랐다"며 "금융회사에서 배정해주는 간접투자보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게 수익률이 좀 더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간접 투자 방식인 펀드에서 받은 상처가 아물자 직접 투자로 돌아선 개미들이 늘고 있다.

최근 들어 코스피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는 개미들이 속속 증시로 몰리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은 증시 주변 자금의 흐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의 주식형펀드 판매잔고는 지난해 이맘때 98조4천억원이었던 것이 현재는 80조원으로 18조원 이상 빠졌다. 법인이 15조9천억원에서 17조원대로 비중을 높인 것과 상반된다.

개인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돈인 고객예탁금 규모도 17조4천억원에 근접했다. 1년 전 14조원 남짓이었던 것에 비해 3조4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주식형펀드 등 간접 투자로 굴러가던 자금이 상당수 직접 투자 방식으로 주식시장에 흘러들어온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투자금의 상당액은 원금을 회복한 펀드를 환매하거나 은행에 묻어뒀던 여유 자금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몇 달 새 고공행진을 하면서 주식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기대 심리가 큰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빌려서 투자하는 금액도 큰 폭으로 늘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 융자 잔고도 6조8천억원대로 4조6천억원대이던 1년 전과는 격세지감이다.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오르내리던 2007년 6월 26일 7조9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이 기록도 머지않아 깨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저금리 시대와 이웃나라 일본의 악재가 겹치면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의 실적 호조세가 증시를 견인하고 있어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주복용 신한금융투자 시지지점장은 "자문형랩과 ELS 등을 중심으로 개인 자금의 증시 이동이 눈에 띈다"며 "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공포 등으로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올 연말까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영준 삼성증권 대구중앙지점장은 "현재 국내 증시의 PER은 10.1배 수준으로 코스피지수 2,000을 넘나들며 고점이 형성되었던 2007년 10월 PER 13.4배에 비해 낮다"며 "외국인의 시각에서 환율과 주가를 함께 고려한 달러화 환산 코스피를 산출할 경우에도 현 수준에서 10% 이상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코스피가 4월 신기록을 갈아치웠지만 '개미'들은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승효과가 특정 업종과 종목에 쏠리면서 일부 대형주들이 크게 올랐을 뿐 개미 주종목인 중소형주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4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형주(株) 지수는 3.39% 올랐지만 중형주는 이에 못 미치는 2.66%, 소형주는 0.60% 상승했을 뿐이다. 대형주는 시가총액 상위 1~100위 내 종목으로, 나머지는 중소형주로 분류된다.

중소형주가 대부분인 코스닥시장은 한 달 동안 3.96%나 하락했다.

이 같은 중소형주의 부진은 4월 대기업의 실적 발표가 몰려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현대차, 기아차, SK이노베이션 등은 깜짝 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10~20%가량 올랐다.

박양주 대신증권 종목개발팀 연구원은 "대형주는 대부분 실적 추정치가 나와 있지만 중소형주는 그렇지 않다. 이 때문에 이미 실적 발표 이전에 1분기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주 위주로 매수가 쏠렸다"고 설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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