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B/C 유감…김원구 대구시의원·공인회계사

회계용어 'B/C계수'가 모처럼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은 우리 모두 너무 흥분해 있어서 그 의미를 살펴보지 못했는데 이제 마음을 가라앉히고 B/C계수를 찬찬히 뜯어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B/C계수 즉 '효익/비용계수'는 어느 사업으로 인한 효익을 금액으로 표시하여 분자에 두고 그 사업에 투여되는 제반의 비용을 역시 금액으로 표시해서 분모에 두고 나누어서 수치가 1.0이 넘으면 경제성이 있다고 하고 그 이하이면 경제성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밀양 신공항 후보지는 B/C계수가 0.73이라고 보도됐다.

그러나 분자에 있는 효익을 금액으로 표시하는 것은 어려움을 지나 황당한 일이다. 공항이 가까이 있어서 절감된 시간이 15년 후에 금액으로 얼마일까? 추가로 유치한 외자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그래서 지역민들이 20년 후에 얼마만큼 행복해졌을까? 분모 수치도 황당함은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공인회계사를 한 경험을 토대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람의 능력으로 유사하게나마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간은 3~5년이 한계이고, 10년 이후의 경제상황을 예측하여 비용 수치로 표시하는 것은 사람으로서는 가능하지 않고 신의 경지라고 말할 수 있다. 공항 공사기간인 10~15년 후의 물가는 어떨까, 원유가, 인건비, 노동운동, 폭설, 구제역… 이 많은 변수들이 수치로 예측이 가능할까. 건설비로 빌려 쓰는 자금의 이자율은 어떻게 움직일까? 4%일 수도 있고 14%일 수도 있다. B/C계수를 계산한다는 전문가는 자신의 월급이 15년 후에 얼마인지 예측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B/C계수는 누가 계산하느냐, 가정을 어떻게 하느냐, 누가 계산용역을 의뢰했느냐에 따라 결과치가 극적으로 줄거나 늘어나는 고무줄 같은 것이며 '주문자생산' 계수다.

이런 과학적이지도 않고 적확하지도 않은 계수를 억지로 만들어내고 그걸 토대로 국가 대사인 신공항 건설이 경제성이 없어서 건설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니 참 답답하다. 맞지도 않는 수치 몇 개를 합하여 또 다른 맞지 않는 수치 몇 개의 합계로 나누어서 0.73이 된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혹자는 B/C계수가 비록 정교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사업성평가에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의사결정은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이루어져야 하고 용역발주자의 의지가 담긴 고무줄 같은 B/C계수를 토대로 결정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오랜 경륜을 가진 지혜로운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밀양과 가덕도 중에 어느 곳이 공항으로 더 적합한지를 평가하라고 입지평가위원회를 구성했더니 본분도 아니게 두 곳 모두 경제성이 없다고 발표하는 월권행위를 하는 입지평가위원회는 결코 우리가 귀기울여야 할 지혜로운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다.

혹자는 이미 B/C계수가 1.0 이하라서 즉 경제성이 없다고 판명되었기 때문에 차기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밀양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기 곤란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또한 그렇지 않다. 되풀이하는 이야기지만 대규모 정부 사업에서 B/C계수는 주문자 생산품이므로 차기에 공약에 맞는 B/C계수를 도출해내면 된다. 그러나 그보다는 오히려 많은 시민들이 귀 기울일 수 있는 지혜로운 분들이 토론하여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B/C계수가 왜 0.73이었는지 알 권리가 있고 그런 황당한 수치를 만들어 낸 사람들은 우리를 이해시킬 의무가 있다.

김원구 대구시의원'공인회계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