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동 찜갈비의 매력

매콤 달콤 붉은 양념…한번 맛보면 영원한 단골

최근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동인동 찜갈비 골목을 찾았다. 동인치안센터 뒤 찜갈비 골목에는 저녁 시간이 되자 차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골목 전체에 양념 냄새가 밴 구수한 갈비냄새가 퍼진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동인동 찜갈비 골목은 이제 대구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필수코스로 정착하고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맛, 동인동 양념 찜갈비의 매력은 무엇일까?

◆역사=1960년대 중반 동인동 골목(현 동인치안센터 뒤편) 일부 식당들은 공사현장 인부들을 위한 술안주와 식사용으로 양재기에 소갈비와 마늘, 고춧가루를 넣어 연탄불 위에 조리한 소고기찌개를 팔기 시작했다. 이 맛이 점차 퍼져 1975년쯤부터 찌개 대신 현재의 찜갈비가 주 메뉴가 되면서 찜갈비 골목이 형성됐다. 동인동 찜갈비는 대구 특유의 매운맛이 살아 있는 전통 음식이다.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이후 널리 알려지면서, 대구를 찾는 관광객은 꼭 들르고 싶은 필수코스로 여기고 있다.

◆맛=동인동 찜갈비는 고춧가루와 마늘을 이용한 매콤 달콤한 붉은 양념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신선하게 자극한다.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맛과 마지막 남은 양념에 비벼 먹는 밥맛이 일품이다. 마늘과 생강 범벅인 양념을 처음 본 외지인들은 지레 겁을 먹기도 하지만 한번 맛보면 그 특유의 맛에 빠져들어 다시 찾게 된다.

동인동 찜갈비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수년 전 서울의 모 유명 자동차회사의 이사 12명이 동인동 찜갈비의 명성을 듣고 내려왔다. 늦은 점심시간에 도착한 그들은 불에 시커멓게 그슬리고, 쭈그러진 양은그릇에 담겨 나온 찜갈비를 보자 음식에는 손대지 않고 말없이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는 것. 주인은 "음식이 잘못된 것인가?" 하면서 안절부절못했다. 3분 정도 지난 후 그들은 "멍! 멍! 먹자"고 말한 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 양푼이 그릇이 마치 개 밥그릇처럼 여겨진 탓이다. 하지만, 그들은 식사 후 "처음에 그릇을 보고는 화가 났는데 맛은 좋네"라고 맛을 평가했다. 요즘 그들은 동인동 찜갈비 골목의 단골손님이 됐다는 것.

◆현장=중구 동인치안센터 뒷골목에 접어들면 매콤한 맛이 은은히 풍겨 나온다. 이 골목은 찜갈비 식당 12곳이 영업을 하며 대구음식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대구의 명물인 동인동 찜갈비는 부드러운 육질에다 마늘과 고춧가루로 양념한 매콤한 맛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당기며 40여 년간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가격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다. 갈비의 원산지에 따라 1인분에 1만4천원(수입산)~2만5천원(한우)이다. 외국산은 대부분 호주산을 쓴다. 동인동 찜갈비 골목을 찾는 손님은 평일에는 3천여 명, 주말에는 8천여 명에 이른다. 이 중 서울, 부산, 대전 등에서 온 외지인들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맛의 명소로 유명하다.

◆특징=대부분의 유명 음식골목과 달리 '원조 다툼'이 없다. 취급품목이 갈비찜과 소고기찌개로 같음에도 옹기종기 정답게 영업을 하고 있다. 동인동 찜갈비는 양은그릇에 요리해 왔다. 하지만 미관상 논란이 제기된 양은냄비를 지난달부터 3중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교체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릇 교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아직도 전통과 추억이 담긴 양은그릇에 애착을 느끼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진화하는 맛과 서비스=찜갈비는 맛이 독특하지만 경상도 사람의 입맛에 맞춰 "너무 맵다"는 외지인의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상가번영회는 부드러운 찜갈비로 고객층을 넓혀 나가기로 하고 맛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찜 갈비는 현재 매운 맛, 중간 맛, 순한 맛으로 구분해 조리하고 있다. 손님들의 별다른 요구가 없으면 중간 맛으로 해준다. 특별히 매운 맛을 즐기는 고객들에게는 매운 맛으로 조리해 준다.

◆100배 맛있게 먹는 법=동인동 찜갈비를 더욱 맛있게 먹으려면 갈비찜을 시원하고 감칠맛이 나는 '백김치'에 함께 싸서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갈비찜을 먼저 즐긴 후 그릇에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거나 참기름과 김 가루를 넣고 볶음밥을 해 먹으면 맛이 배가된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