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어른을 감동시킨 아동극

'마당을 나온 암탉'은 동화책으로 우리에게 먼저 알려진 이야기다. 순수 우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이슈가 되기도 한 작품이다.

며칠 전 조카와 함께 아동극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려고 공연장을 찾았다.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무대 세트를 보며 극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졌다.

무대에 있는 책상이 마당이 되고 책장이 닭장이 되고 책들이 새가 되고 주위의 물건들을 활용하여 배우들의 에너지를 통해 생명력이 전해지는 오브제 형식의 연극으로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사물을 통해 그대로 우리에게 감정이 전달되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야만 감정 전달이 더 잘되는 연극형식이다. 일상생활의 소품이 닭이 되고 오리가 되어 배우와 함께 진행하는 형식으로 우리에게는 더 많은 상상력과 궁금증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양계장 안에 갇혀 알만 낳던 암탉 잎싹이 자신의 알을 품어 엄마가 되고 싶은 꿈을 꾸며 폐계가 되어 양계장을 나온다. 족제비에게 잡혀 먹기 직전에 청둥오리 나그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어느 날 엄마를 잃은 뽀얀 알을 발견한 잎싹은 온몸을 다 바쳐 알을 정성들여 품는다. 그런 잎싹을 지키던 청둥오리 나그네는 족제비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게 된다. 알에서 깨어난 청둥오리 새끼를 초록머리라 부르며 정성들여 키운다.

족제비로부터 초록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청둥오리 떼와 함께 초록머리를 떠나보내며 잎싹은 자신도 날고 싶은 소망을 품으며 족제비의 먹이가 되는 이야기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도전정신과 자식을 사랑하는 모성애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든 역경과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내는 끈기와 도전 정신은 작은 어려움에도 빨리 포기하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도전정신을 심어줄 것이다. 자식을 위한 모성애는 내 자식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모든 자식은 다 소중하다라는 희생정신을 통해 아름다운 모성애를 보여준다.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국악이 어우러져 어린이들보다 함께 관람한 부모들이 더 감동받고 눈물을 흘린 연극이다.

어린이 연극을 통해 이만큼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성인을 위한 동화, 성인을 위한 연극으로 나오면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정희(예전아트센터 기획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