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치다꺼리 그만, 재정분권 급하다

국비사업에 무리한 지방비 부담 요구로 '예고된 파탄'

문어발식 사업과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빚어진 일부 지자체들의 재정 파탄과는 별개로 다수 지자체의 재정 구조 악화는 정부 재정 운용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자구 노력 못지않게 재정분권 등 구조적인 시스템 개선 없이는 지방정부의 재정위기 해소가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계기사 3면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최대 요인은 국비 보조에 따른 지방비 부담 증가다. 영유아 보육료 등 복지사업 경우 최근 5년간 연평균 지방비 부담 증가율이 11.8%로 일반예산 증가율 7.1%의 1.7배나 된다. 체육사업의 경우 지방비 부담이 70%나 된다.

정치권과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영유아 보육료의 경우 대구시에서만 269억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되고 전국적으로 7천억원의 추가 경비가 든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정부가 특단의 재정 지원을 하지 않으면 6월 이후 영유아 보육사업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구시의 경우 국비보조금은 2006년 4천252억원에서 2012년 1조532억원으로 연평균 1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비 대응 지방비 부담은 1천981억원에서 5천213억원으로 연평균 17.5% 증가했다.

교통 여건 개선을 위한 도로건설 등 지자체의 사업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지방세 징수율이 정체되고 있는 것도 지방재정 악화의 요인이다. 올 2월 대구의 취득세 징수는 전년보다 118억원(13.8%) 감소했다.

국비 예산에 대응한 지방비 부담 증가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지자체의 가용 재원도 급락하고 있다. 2006년 대구시 재정자립도는 70.6%였지만 올해는 47.6%에 그쳐 23% 포인트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2006년 대구시 가용 재원은 2천353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천240억원에 그쳐 재정 운용의 폭을 좁히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소비세 세율 인상(5%→15%)이 요구되고 있다. 부가가치세의 5%인 지방소비세를 15%까지 인상하면 대구시는 3천500억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해, 재정자립도를 10% 정도 높일 수 있다.

대구시 정풍영 예산담당관은 "지금까지는 다른 예산을 줄여가며 복지예산을 충당해 왔지만 이제 지자체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영유아 보육료의 경우 국고보조율을 현행 60%에서 9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은 경기대 교수(전 한국지방재정학회장)는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분권교부세를 늘리거나 지자체가 수행하기 어려운 지방이양사업은 국가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일부 지자체의 방만한 예산 운용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재정분권 없이는 지자체의 재무구조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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