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정의 달 5월이 중간을 넘어갔다. 가정의 달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많아 자칫 행사에 쫓겨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볼 여유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 가정의 달은 무엇보다 가정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시기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가정은 어떤 의미가 있나'를 고민해볼 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선지 이 시대를 가정의 위기라고 여기는 전문가들이 많다.
가장 심각한 것은 가족 구성원 간의 대화 단절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부모와 자녀 사이에 터놓고 대화하는 일이 흔치 않다. 이런 상황은 최근 사회 문제가 되는 청소년 폭력이나 집단따돌림, 자살 등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어떻게 하면 대화 단절의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 곰곰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세대 간 공감이 힘든 스피드 시대
대화의 첫째 조건은 뭐니 뭐니 해도 '공감'이다. 하지만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의 공감은 과거와 비교해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10대, 20대, 30대 등 10살 간격으로 나뉘어 같은 세대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3살 간격으로 세대가 나뉠 만큼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일반적으로 30살 정도 차이가 나니까 공유할 수 있는 거리가 많지 않다. 그만큼 시대의 패러다임이 너무 빨리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모 세대에서는 라면을 밥 먹듯이 끓여 먹었다고 이야기하면 당시 그만큼 가난하거나 힘들었다는 의미지만 자녀 세대에서는 '맛있으니까 많이 먹는다'는 식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어머니는 자녀를 쫓아다니며 그들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는 집에 오면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느끼고 입을 열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자녀 입장을 잘 고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부모의 머릿속에는 자녀가 한창 공부할 나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 지금의 자녀 세대는 자존심이 세고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너무 공부에 초점을 맞추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중'고교생은 학교에서 공부로 서열이 매겨지는 시기라 혼란을 겪기 때문에 자녀는 부모에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소 귀에 경 읽기' 정도로 여길 수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부모가 자녀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자녀를 믿는다는 생각의 바탕에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 '과연'이라는 의문부호를 달면 공감이 이뤄지기 어렵다. 지금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지, 잘 자라는 걸 바라는지 곰곰이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대화해보자
▷대화 위한 상황 만들기
1. 식사 자리=대화를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을 자연스레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식사 자리만큼 적합한 것은 없다. 우리 가족은 과연 일주일에 다같이 모여 식사할 수 있는 자리를 몇 차례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자. 주중에 식사 자리를 잡기가 정 어려우면 주말에 외식 시간이라도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고서 일주일에 몇 차례라는 철칙을 정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식사 자리를 잡았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식사 자리에서 부모끼리 업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식사 자리에서는 자녀를 위한 대화를 하도록 애써야 한다. 자신들의 이야기보다 자녀를 포함해 우리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외식을 할 때 메뉴 정하기 게임도 한 방법이다.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정하고 그것을 왜 먹어야 하는지 상대를 설득하는 게임을 하는 것도 대화를 풀어나가는 방법이다.
2, 차량 이동=학원에 데려다 주거나 부모님댁에 가는 등 차량 이동은 가장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이때 자녀가 좋아할 만한 신세대 음악을 틀면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좋다. "이 노래를 직원들이 많이 따라부른다"며 자녀가 말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 부모가 '나는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고 대화를 풀어나가야 한다. 자녀에게 노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춤을 가르쳐달라는 식으로 도움을 청하면 자녀는 부모에게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아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 또는 스마트폰 앱을 좀 받아달라거나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
▷공감할 수 있는 소재 만들기
1. 영화, TV 프로그램, 책=이들 매개체는 서로 느낌을 이야기하는 데 좋다. 예로 들어 영화는 서로 무엇이 좋은지, 그렇다면 왜 추천하는지 설명하면서 대화로 이어나갈 수 있다. TV의 경우, 자녀가 주로 보는 프로그램이 분명히 있다. 무조건 TV를 못 보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자녀가 정말 보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같이 보면서 대화를 해보자. 최근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서로 순위를 예상해보고 왜 그런 예상을 하는지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가 좋아할 만한 책도 같이 읽으면서 서로 느낌이나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다.
2. 친구=자녀 세대에서는 친구만큼 좋은 매개체가 없다. 이 때문에 부모가 자녀의 친구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모 눈에는 탐탁지 않은 친구라도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이면 자녀는 좋아한다.
3. 휴대전화=요즘은 카카오톡이나 문자, 동영상 등으로 서로 공유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부모가 자신의 생활 한 단면을 이들 수단을 통해 자녀에게 보여주면 좋다. 자녀로서는 부모가 늘 자신을 생각한다는 것을 느끼고 대화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4. 스킨십=바쁘고 귀찮다 보니 요즘 자녀에게 스킨십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주거 공간은 넓어졌지만 가족 수는 적다 보니 스킨십보다는 말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스킨십은 무언의 대화로 서로 마음의 문을 여는 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자녀를 깨울 때 볼을 살짝 꼬집어보거나 엉덩이를 두드리는 것도 방법이다.
5. 교환일기=하다 보면 서로 말로 표현하기가 껄끄러운 것들이 있다. 이럴 때 추억의 매개체인 일기나 메모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가족끼리 번갈아가며 교환 일기를 쓰는 것도 좋다. 부모가 평소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일기를 써서 자녀 책상에 올려놓으면 부모와 자녀 간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
도움말:글로벌공감교육센터 박순임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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