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사랑, 지역 소비] ⑥전통시장 살 길은 '특성화'

현풍시장 하면 소구레국밥…'대표' 있어야 시장이 산다

전통시장이 살아나려면 시장 상인들부터 품질 및 서비스 개선에 나서야 한다. 27일 대구 달서구 서남신시장 상인들은 고객과의 친목 도모를 위해 상인-고객 간 씨름대회를 열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맞춰 이날 대구지역 20여 곳의 전통시장에서는 특가판매와 민속놀이 등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전통시장이 살아나려면 시장 상인들부터 품질 및 서비스 개선에 나서야 한다. 27일 대구 달서구 서남신시장 상인들은 고객과의 친목 도모를 위해 상인-고객 간 씨름대회를 열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맞춰 이날 대구지역 20여 곳의 전통시장에서는 특가판매와 민속놀이 등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전통시장에는 우리의 삶과 추억, 문화가 오롯이 녹아 있다. 전통시장이 대형 유통업체의 자본력과 물량 공세에 살아 남으려면 각각의 시장이 지닌 역사와 장점을 바탕으로 '특성화'전문화'차별화'에 나서야 한다.

전통시장별 전문화 영역을 잘 살려 기존 대형 유통업체와 차별화된 특성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시장 스스로의 변화 의지가 동반될 때 전통시장을 살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우리 정부나 지자체의 전통 시장 지원 방식 역시 과거 시설 현대화 사업 일색에서 탈피해 시장별 특성화 발굴 및 상인 경영 혁신 등 소프트웨어 분야로 점차 변모하고 있다.

◆특성화가 살 길

"유가찹쌀, 소구레국밥, 할매곰탕, 붕어국수, 비슬산막걸리…."

달성군 현풍시장에서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우리 전통 먹거리와 농특산물을 여럿 만나볼 수 있다.

'유가찹쌀'은 떡으로 빚어 옛날 영남 선비들이 봇짐에 넣어 한양 과거 시험장까지 가져가도 굳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품질 특성을 자랑한다. 경상도지리지(1938년 발행)에 현풍현(현 유가면 지역) 특산품으로 기록돼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는 2010년 10월 유가찹쌀에 대한 지리적 특허 표시를 추진해 지적재산권을 확보했다.

소구레(소의 가죽 껍질과 쇠고기 사이의 아교질 부위)국밥 역시 현풍시장을 대표하는 별미.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1914년 개장 당시 우시장으로 유명했던 현풍시장은 소구레국밥의 원조로 잘 알려져 있다.

현풍시장은 지난 4월 중소기업청에서 공모한 2012년 문화관광형 특성화사업에서도 그 전통성을 인정받아 대구 135개 시장 중 유일하게 최종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문화관광형 특성화 시장은 중소기업청이 지역의 문화와 관광자원을 결합해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고자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 앞으로 2년간 현풍시장에는 국비 10억원, 지방비 10억원 등 총 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권대수 대구경북중소기업청장은 "현풍시장은 지난해 말 5일장과 함께 주말장으로 전환해 고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문화관광형 특성화 시장 선정에 발맞춰 달성보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현풍시장으로 찾아오도록 '도깨비 테마 관광코스'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이렇게 우호적인 정책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장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 지역에는 현풍시장처럼 특성화, 전문화, 차별화로 키울 수 있는 전통시장이 여럿 있다. 불로전통시장에서는 목공예, 화훼, 평광사과, 불로막걸리 등 경쟁력 있는 지역 특산품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대구시는 광장 조성(2012년) 및 고객지원센터 건립(2013년)에 예산을 지원하고 상인교육 및 공동마케팅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또 시티투어 코스에 불로전통시장 목공예전시장을 추가해 관광객 유인에 나선다.

이외 팔달신시장은 농수산물 거래 대표시장으로, 경명시장은 수산물'제수용품 전문시장으로, 대구능금시장은 과일 전문시장으로 각각 육성할 계획이다.

대구시 성웅경 경제정책과장은 "시 역시 시장 상인의 의지와 발전 가능성을 면밀히 평가해 특성화 시장 지원에 나서겠다"며 "시설현대화뿐 아니라 상인 스스로 먼저 변화할 수 있는 경영혁신사업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통시장 살리기 아이디어를 모으자

시장 상인들의 특성화 의지가 전제된다면 지방 정부의 행정적'제도적 뒷받침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 지자체들이 펼치고 있는 다양한 전통시장 살리기 지원 사업을 벤치마킹해 대구시 특성화 육성 사업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경기도는 1대학 1시장 자매결연 특화육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08년부터 안양중앙시장, 용인중앙시장, 부천역곡북부시장 등 13개 시장에서 진행했다.

이 사업은 전통시장과 지역대학 간 자매결연을 통해 시장의 특화요소를 발굴하고 대학의 컨설팅 제공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시장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사업에 참여한 전통시장들은 고객과 매출이 20~40% 증가했다.

5년째 제천시가 운영하고 있는 '전통시장 러브투어'도 시장 활성화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청풍문화재단지, 유람선, 한방엑스포공원, 의림지, 상천숯가마, 배론성지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관광 프로그램이다.

전통시장 러브투어를 이용해 제천을 찾은 방문객은 2008년 7천여 명, 2009년 1만여 명, 2010년과 2011년에는 1만6천여 명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3不(불신'불결'불친절) 해소'와 '2力(자생력'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2012년 전통시장 활력충전 종합계획을 통해 색다른 지원책을 내놨다.

전통시장을 경유하는 버스노선의 안내방송에 시장 이름을 포함하고 버스 정류소에도 시장 이름을 표기하도록 했다. 또 서울시내 버스, 지하철 등 2천923면의 광고면에 전통시장을 알리는 홍보물을 부착하고, 지하철 역사 안내지도에 전통시장 위치를 표기하고 옥외전광판 90개와 지하철 LED 광고판에도 전통시장 광고를 할 예정이다.

시장상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는 '전통시장 코칭제'를 처음 도입한다. 10개 시장에 우선 도입해 전문컨설팅을 실시한 후 해당 시장이 지닌 경쟁력 요소를 대표 상품으로 육성하고 브랜드화해 시장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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