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쌓인점수로 결혼기념 선물 드려요"…받아보면 허접한 상품

포인트 마케팅사 교묘한 상술 주의

#1. 최근 결혼기념일을 맞은 공모(43'여'대구 수성구 중동) 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남편 이름으로 와인과 목걸이, 축하 카드가 배달 된 것. 기쁜 마음에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전날 업무 중에 OK캐쉬백에서 결혼기념일 축하 선물을 보내준다는 전화를 받아 경황이 없어 '알았다'고만 했다"는 말을 들었다.

공 씨는 배송 업체에 반품을 요구했다. 업체는 "반품이 가능하다. 하지만 47만원인 목걸이는 포인트 30%, 현금 70% 가격에 살 수 있다"며 구매를 유도했다. 공씨는 "가격에 비해 상품이 조악해 반품하려했지만 절차가 번거로워 기분을 잡쳤다"고 말했다.

#2. 이혼 소송 중인 김모(34'동구 신천동)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카드 제휴사에서 적립된 포인트로 결혼기념일 선물을 대신 보내준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혼 소송 중이라는 것을 밝히기가 꺼려져 대충 대답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 씨는 "안내 전화에 무성의하게 대답한데다 주소를 알려주지 않아 아내에게 선물이 갈 줄은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김 씨는 "하지도 않은 주문을 취소하고, 반품을 기다리고, 선물에 들어간 포인트를 회복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붙들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화가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포인트 적립식 마케팅 회사가 제휴사 상품 정보를 알려준다는 핑계로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선물을 교묘하게 팔고 있다.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 따르면 포인트 적립식 마케팅 회사가 회원으로 가입한 소비자의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 맞춰 전화로 '이벤트를 대신해 주겠다'며 와인, 목걸이, 꽃, 카드 등 선물 구매를 유도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분명하게 '노(NO)'라고 답하지 않으면 포인트 적립식 마케팅의 제휴 회사는 물품 구매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바로 물품을 보낸다는 것.

대학원생 박지은(26'여) 씨는 "포인트 적립식 마케팅 회사의 텔레마케터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 상품 안내를 길게 늘어놓아 아주 성가시다"며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바로 상품을 보내려고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검색창에는 'O주얼리', 'OK캐쉬백 기념일'이란 검색어를 입력해 보면 뜻하지 않은 선물이 도착해 난감하다는 글이 최근에만 수십 건이 올라와 있다.

한 네티즌은 "남편이 OK캐쉬백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대충 대답했는 데 평소 사용하지도 않는 목욕용품이 왔다"며 "수차례 전화를 해서 겨우 반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OK캐쉬백 관계자는 "회원가입 때 제3자 정보제공과 제휴사 상품안내에 대한 동의를 받아 법적인 문제는 없다"며 "고객이 제휴사별 상품 안내를 받지 않겠다고 직접 전화해주면 거부 처리가 가능하다. 원하지 않은 상품을 받았다는 불만제기가 많아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

대구소비자연맹 양순남 사무국장은 "부담이 적고 반품하기 번거로워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악용하는 적립식 포인트 마케팅에 문제가 많다"며 "소비자가 상품 안내 전화를 받을 때 귀찮더라도 단호하게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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