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자사업 범안로 효과, 늦었지만 다행

대구시가 민자 유료 도로인 범안로에 대한 재정 지원금 2천억 원의 예산을 절감한 노력이 빛을 보고 있다. 대구처럼 민자 투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서울 부산 인천 광주 경남도 등 다른 시'도가 절감 비법 배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도 일부 민자사업에 대한 불합리를 고치기 위한 용역 의뢰 등 후속 조치에 들어갈 분위기다. 소위 '범안로 효과'라고 불릴 만한 대구시의 노력이 낳은 파급이랄 수 있다.

대구시는 당초 범안로 투자사였던 맥쿼리인프라가 대주주인 운영 회사에 끌려가는 재정 지원을 했다. 2002년 개통 후 지금까지 매년 100억여 원씩 총 879억 원을 적자 보전금으로 줬다. 처음 실시협약 때 추정 통행료 수입의 79.8%까지 보전해 주기로 했던 탓이다. 협약대로라면 통행료 징수 기간인 2026년까지 4천498억 원을 추가로 더 지원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시는 재정 지원금 감축 방안 마련에 나섰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시가 민간사업자에게 201억 원이나 과다 보전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민자 도로 운영사 주인이 바뀌고 시는 새 사업자와의 협상으로 2천10억 원을 아꼈다. 무턱댄 민자사업으로 시는 수백억 원의 세금만 낭비했고, 민간사업자는 막대한 이익을 챙긴 채 손을 뗐다.

많은 지자체가 열악한 재정으로 민자사업을 선호한다. 여기엔 잘못된 수요 예측과 부풀려진 공사비, 투자사의 편법적인 자본 구조 변경 등을 통한 민자사업자의 이익 챙기기 작태가 빠지지 않는다. 민간사업자가 '돈 먹는 하마'가 되는 것이다. 지자체는 마땅한 대처 방법이 없다. 잘못된 수요 예측에 따라 투자사 수익이 줄 경우 최소 운영 수입을 보장해 주는 방식 때문이다. 뼈아픈 대구 사례 배우기가 퍼져 다행이다. 그런 점에서 대구의 '범안로 효과'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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