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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책] 싸이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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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K팝을 보고 즐기는 세대가 아닌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때 신기하다. 세계적으로 한류를 이끈 아이돌 가수는 기획사의 콘셉트 작품의 결정체이다. 여러 명이 한 조를 이룬 아이돌 그룹은 가창력보다는 조각외모에 현란한 춤사위가 기본이다. 이들은 부침이 심해서 평균 수명이 5년 정도이다. 물론 소녀시대와 같은 특출한 그룹도 있다.

그러나 싸이는 이들과 구별된다. 뚱뚱한 체구에 대두(大頭)형을 지녀 오늘날 한국적 미의 관념으로서는 결코 스타가 될 수 없는 외모의 소유자이다.

싸이가 병역을 두 번 필했다는 사실과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 대주주의 상속자라는 사실, 그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 보스턴대학에서 국제경영학을, 버클리대학에서 음악을 4년간 수학했지만 졸업을 하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부잣집 아들로 도피성 유학을 한 일개 가수이려니 했다.

그러나 이것이 무슨 조화인가?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발표하자 삽시간에 유튜브 조회 수가 3억 명이 넘었다니, 그것도 한국어 가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남미와 북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그 열풍이 아시아와 유럽으로 전파되고 있다니?

말춤이란 무엇인가? 미국의 CNN, NBC, ABC, MTV, NYT, 심지어 영국의 BBC까지 합세하며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노래하며 말춤을 추고 있지 않은가?

사실 싸이의 말춤은 말 타는 춤이다. 손을 들고 흔드는 것은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 로데오에서 익히 본 몸짓이다. 카우보이가 길들지 않은 소나 말을 타고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 흔들어대는 동작이 말춤의 절정이다. 이윽고 야성의 말이 길들여졌을 때 싸이의 말춤은 끝난다. 그러므로 이 노래는 한국인보다는 미국인의 정서에 딱 맞아떨어지는 노래와 안무인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가사의 내용은 몰라도 강남스타일을 들으면 일상생활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삶의 활력이 생긴다는 미국인들의 인터뷰에 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싸이의 열풍은 그의 코믹한 춤과 노래에만 기인되지 않았다. 미국의 유명 TV쇼에 출연한 싸이는 솔직하고 담백했다. 아랫배가 불룩한 30대 중반의 뱃살을 어김없이 노출시켰다. 자신의 약점을 대중과 호흡하며 공유하겠다는 코믹하고 꾸밈없는 그의 언변이 세계인을 감동시킨 것이다.

요즘 덩달아 재미교포들이 살판이 났다. 사실 인종적인 편견이 심한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기는 힘들다. 하지만 교포들의 가게에 낯선 미국인들이 싸이를 외치며 몰려들기 시작한다니.

한국인은 가무를 즐기는 신바람의 민족이다. 싸이의 가무에서 지게목발을 두드리며 노래하고 춤추는 초동급부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기에 가무를 즐기며 신바람을 일으키는 싸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자랑스러운 한국인 싸이가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정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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