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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술 먹는 버릇만 남았는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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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두 크건 작건 꿈을 가지고 산다. 내게 꿈이란 무엇일까? 어릴 땐 엄청나게 큰 꿈을 꾸다가 세월이 갈수록 그 꿈은 구체화되기도 하고 점점 작아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여성, 여성 중에서도 어머니들은 과연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을까? '세상을 움직이는 자는 남자다. 그러나 그 남자를 움직이는 자는 여자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그 시대의 여성, 특히 어머니들이 깨어 있으면 그 시대는 희망이 있다. 어머니는 생명의 시작이며 세상 모든 변화의 중심에 함께한다. 오래 전 우리나라의 국채보상운동이나,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금 모으기 운동의 선두에는 늘 어머니들이 함께 했다.

지난해 3월 자신에게 '1등'을 강요하던 어머니의 압박에 견디다 못해 존속 살해 후 8개월간 안방에 방치해 온 혐의로 구속기소된 A군에게 얼마전 원심대로 징역 장기 3년6개월, 단기 3년형의 실형이 선고됐다. A군은 성적에 집착한 어머니로부터 수년 동안 골프채로 얻어맞는 등 폭력에 시달려오다 사흘 동안 굶고 잠도 못자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조경란 부장판사는 A군에게 실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며 "청소년기 아이를 둔 어미의 마음으로 피고인과 아버지의 고통을 가슴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 피고인이 가장 낮은 곳에서 일정기간 동안 섬김과 봉사의 정신으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며 피고인의 장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한다"며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소식을 들으며 '과연 그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보통의 엄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어머니들은 참으로 바쁘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거의 슈퍼우먼에 가깝다. 가정일과 직장일 두 가지를 모두 잘 치러 내야하니 하루 24시간도 모자란다. 그건 워킹 맘인 나도 예외가 아니다. 업무 중 아이들로부터 전화가 오면 너무 자주 전화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하며, 빨리 끊고 업무처리하기에 바쁘다.

아이들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학교와 학원으로 하루 종일 장소를 바꿔가며 공부한다. 얼마 전 둘째 아들이 친구랑 놀고 싶으니 학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학원을 그만 두고 친구랑 놀아라고 하니 같이 놀 친구들이 없단다. 놀고 싶어도 놀이터에 노는 아이가 없다. 내가 어렸을 적엔 골목만 나서면 함께 놀 친구들이 있었고, 해질 무렵 골목에서 놀다가도 어머니의 '밥무라!'는 외침에 모두 집으로 흩어졌다. 그 한마디로 엄마는 내 모든 것을 받아주는 넓은 바다였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해야 할 숙제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의 푸근함은 사라지고, 숙제 검사하는 선생님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종영된 모 방송국의 드라마 중 명대사가 생각난다. "내가 우째 술을 배웠는지 아나? 내 스무살 때 옆집 딸내미를 안 좋아했나? 그칸데 어이해 딴데로 시집 가뿐는 기라. 그래 마음이 시리고 그래가 술을 배웠다 아이가? 그칸데 두어 달 지나이 그 딸래미는 이자뿔고 술 먹는 버릇만 남았는기라. 지금은 그 딸래미 이름도 기억이 안 나고 술은 요새도 내 안묵나?"

요즘 우리는 삶의 본질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결국엔 술 먹는 버릇만 남은 관성을 좇는 삶은 아닐까? 어머니가 꿈꾸면 아이도 꿈꾸게 된다. 꿈을 가진 어머니들이여! 아이와 눈 맞추고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보자. 아이들의 마음 속엔 온 우주를 담은 아름다운 생명의 나무가 자라고 있을 것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칫 의미는 사라지고 속도만 남아 있는 우리 삶은 아닌지 이 가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이미영/대구 YWCA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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