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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사과나무' 나이프로 긁고, 캔버스 질감 살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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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전문가 김주삼 씨 "천 덧 댄 복원은 아쉬워…"

미술품 복원가 김주삼씨가 1일 오후 대구미술관 수장고에서 이인성
미술품 복원가 김주삼씨가 1일 오후 대구미술관 수장고에서 이인성 '사과나무'작품에 대한 컨디션 체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이 정도면 이인성의 대표작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힘있는 작품입니다. 곧바로 전시해도 될 만큼 상태가 양호하네요."

김주삼 아트 C&R 미술품보존복원 연구소 소장이 1일 이인성의 '사과나무'에 조사용 램프를 켰다. 작품을 꼼꼼히 들여다보던 김 소장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 사과나무를 보세요. 단순히 물감으로 그린 게 아니라 나이프로 긁어내 독특한 표현을 하고 있어요. 캔버스의 질감 자체도 작품으로 사용하고 있죠. 표현주의적 붓터치도 보입니다. 재료적 실험과 구도적 실험을 아끼지 않은 작가예요."

다만 '사과나무'에 아쉬운 복원의 흔적이 남아 있다. "캔버스 뒷면에 다른 천을 한 장 덧대는 복원을 했네요. 이 과정에서 접착제로 왁스를 사용했고, 이 왁스가 그림에 스며나오면서 색의 강렬함이 떨어지는 게 아쉬워요. 아마 열로 고정하면서 물감층이 눌리기도 했을 테고요."

국립현대미술관의 기록에는 1980년 복원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주먹구구식으로 복원을 진행해, 19세기 유럽에서나 유행하던 방법을 그대로 사용한 것. 최근에는 이 천을 떼어내 복원하는 '클리닝'이 세계적인 추세다. 클리닝을 하고 왁스를 빼내면 이인성이 사용하던 강렬한 원색을 살릴 수도 있다는 게 김 소장의 말이다. 덧댄 천을 떼어내면 작품의 정확한 제작 연도를 알 수도 있다.

그는 이인성을 두고 '근대 최고의 화가'라고 평가했다. 미술사적으로도 '이인성 전과 후'로 구분될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 이인성은 서양미술이 들어온 초기,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험을 계속했던 작가다.

"누군가는 세잔의 사과를 모방했다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엔 이인성의 사과가 더 훌륭합니다. 이인성은 연구 가치가 아주 많은데, 그동안 저평가되어온 화가죠."

김 소장은 유난히 이인성 작품과 인연이 깊다. 김 소장만큼 이인성의 작품을 많이 보아온 사람도, 많이 만져본 사람도 없다. "가을 어느 날, 경주 산곡에서, 복숭아 등 여러 작품이 제 손을 거쳐 갔어요. 한 작품을 서너 달 뚫어지게 바라보게 되는데, 이인성 작품은 볼수록 감탄하게 돼요."

화학을 전공한 김 소장은 어느 순간 미술의 매력에 빠져, 흔치 않은 미술복원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프랑스에서 미술품 복원을 전공한 해외 유학파 1세대로, 14년간 호암미술관에서 현장 경험을 익혔다. 현재 국내에는 복원 전문가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가 처음 맡았던 작품 역시 이인성의 '가을 어느날'이다.

그는 늘 '루뻬'라고 불리는 작업용 돋보기 안경과 직접 설계해 만든 램프를 들고 다닌다. '사과나무' 앞에서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작품은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상태가 천차만별입니다. '사과나무'가 대구미술관이라는 좋은 환경에서 쉴 수 있어 다행입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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