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

리처드 하인버그 지음/ 노승영 옮김/ 부키 펴냄

새해가 밝았지만 세계 경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당분간 침체기를 겪으리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석 연료 고갈 등 경제 위기를 경고해 온 리처드 하인버그 탈탄소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충격적인 주장을 던졌다. 우리가 알던 경제 성장은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저자는 "종말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금융 붕괴가 환경의 한계와 상호 작옹해 예상보다 더 빨리 더 극적으로 종말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자원 고갈, 환경 파괴, 금융 붕괴에 직면한 경제가 더는 성장할 수 없는 이유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현재 경제 시스템이 지닌 구조적 결함을 파고들면서 '한 시대의 종언'을 명민하게 포착해 낸다. 무엇보다 저자는 세계 경제가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 '성장'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뿐 아니라 '성장하지 않는 경제'로의 대전환에 시급히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저자는 경제 성장이 멈추면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곤두박질하고 은행이 파산하고 기업이 폐업하게 되면서 정부와 정책이 바뀌면 풍요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약속은 공염불로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군부에 의존이 심해지기 때문에 경제적'사회적 자유는 사라지고, 인구 압박과 세대 간 갈등이 커지며, 부의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값싼 에너지의 시대가 저물면 팔다리 힘으로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시대가 찾아오고, 여성들은 착취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일까? 저자는 "성장이 멈춘 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며 "양적 팽창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경제로 돌아선다면 오히려 진정한 '진보'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밝힌다. 448쪽, 1만7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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