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형외과 원장은 최근 1억5천만원이 든 원차명계좌가 들통났다. 이 차명계좌는 진료비를 관리하던 계좌였다. 세무조사를 하면 통상 5년치를 보기 때문에 4천만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할 판이었다. 이른바 탈세 제보꾼인 '세(稅)파라치'에게 당했다고 생각한 그는 아는 세무사에게 상담을 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2009년 국세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현금미발급 포상금제도가 도입돼 탈세액의 20%를 포상금으로 가져가도록 하면서 처음 세파라치가 등장했다. 포상금은 2010년부터 매년 10억원 미만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지하경제 양성화 조치로 '차명계좌 신고포상금제'가 추가로 도입되면서 탈세 제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차명계좌는 탈세액 규모가 크기 때문에 내부고발자가 속출하고 외부인이 신고하는 '신종 세파라치'도 눈에 띄게 늘 전망이다.
◆신종 세파라치 양산되나
차명계좌 신고포상금제에 따라 국세청은 신고자가 차명계좌 보유사실뿐 아니라 구체적인 장부까지 입수했다면 포상금을 올해 최고 10억원으로 확대된 '탈세 제보 포상금'으로 전환해 지급할 방침이다.
차명계좌 신고포상금제는 자영업자가 운영해온 비밀계좌를 신고받아 1천만원 이상 추징하면 회당 50만원, 1인당 연간 최대 5천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국세청이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고소득 탈세 자영업자가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고 친인척 등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운용하다가 적발되면 숨긴 돈의 최대 70%를 토해낸다.
이들 업종은 30만원 이상 현금거래 때 현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하지만 요금 할인이나 추가 혜택을 미끼로 아내, 자녀 또는 친인척 등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운용하는 사례가 많다.
적발된 사업자는 고액의 세금을 내야 한다.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공인중개사, 학원, 병'의원, 치과, 한의원, 골프장, 예식장, 유흥주점 등의 사업자가 차명계좌에 든 돈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고 챙긴 것으로 확인되면 미발급 과태료로 숨긴 매출액의 50%를 물어야 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10%), 소득세(6~38%), 사업용계좌 미개설 가산세(0.2%), 납부 불성실 가산세(하루 0.03%), 신고 불성실 가산세(세액 10%'40%) 등이 붙는다.
대구지방국세청 관계자는 "현금미발급 포상금제만을 타깃으로 한 기존 세파라치가 '다건소액'이었다면 차명계좌 신고포상금제는 한 건으로도 많은 포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노린 신종 파파라치나 내부 고발자가 활개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도 칼 뽑았다.
국세청은 20일 "세법 개정으로 차명계좌 신고포상금제가 올해 시작된 후 수십 건의 신고가 접수, 관련 자료를 수집해 탈루 혐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곧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이 탈세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큰 성형외과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 수십 명의 차명계좌 정보를 확보해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신고 대상이 최근 5년 내 탈루용 차명계좌여서 앞으로 신고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은 탈세 가능성이 큰 30개 현금영수증 발급의무화 업종이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 회계사, 병'의원 등 전문 직종과 골프장, 예식장, 유흥주점 등이 주 대상이다.
국세청이 지난해 사례를 토대로 산출한 추징세액은 숨긴 매출액의 70%를 넘는다. 신고대상 차명계좌는 신고시점에 보유한 계좌뿐 아니라 국세 부과 제척기간(5년) 내 계좌도 포함된다. 올해 신고한다면 2008년 발견했던 계좌도 신고 대상이다.
검찰 고발이 필요한 대규모 탈세 행각이나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한 탈루는 국세 부과 제척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 제도가 정착하면 지하경제 양성화와 납세자들의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세(稅)파라치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를 제보해 포상금을 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이탈리아어 '파파라찌'(paparazzi)에서 파생한 단어다. 우리말 표현으로 '몰래 제보꾼'이며 탈세 여부를 감시해 보상금을 노리는 사람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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