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관 아닌데 법복, 법대 앉은 당신은 누구세요?

사법보좌관 그들은… 법관들 과중한 업무 부담 줄이려 탄생

대구지방법원 경매
대구지방법원 경매'배당 법정에서 사법보좌관이 배당 안내를 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법관 아닌 법관'이 있다. 재판장이 돼 법복을 입고 법대 위에 앉아 법관의 업무를 보기도 하고, 법관들처럼 별도의 방도 있다. '사법보좌관'이다. 이들에겐 법관과 같이 독립적 지위도 주어져 있다. 이들은 누구일까. 또 어떤 일을 할까.

◆사법보좌관, 어떤 일 하나.

사법보좌관에 대해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는 업무다. 법관이 아닌데 법관의 업무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송 중심의 재판 업무는 아니다. 비송, 즉 소송이 아닌 경매, 지급, 독촉, 등기, 강제집행 등 절차 업무가 대부분이다. 주로 크게 다툼이 없거나 공증적 성격의 사법업무가 많다. 그러나 이들 업무는 엄연히 사법보좌관제 시행 전에는 법관이 하던 업무다. 이 때문에 이들 업무와 관련해선 독립적으로 자기 책임하에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다.

경매 신청서가 접수되면 검토한 뒤 경매 여부를 결정(압류 결정)하는 업무, 채권-채무 사건과 관련해 민사소송 하지 않고 변론 없이 서류만 보고 판단'결정하는 지급명령 업무 등이 대표적인 업무다. 경매 매각 허가 선고나 배당 때 법대 가운데 앉은 사람이 바로 사법보좌관이다. 입찰 법정 개정을 하고 집행하는 사람은 사법보좌관이 아닌 집행관이다.

또 법관 대신 원고-피고의 소송비용을 계산해 확정하는 소송비 및 집행비 확정 결정 업무, 집행문 부여 명령이나 채무 불이행자의 명부를 등재하는 등의 업무도 사법보좌관이 법관을 대신해서 하는 일이다.

◆사법보좌관, 누굴까.

그렇다면, 사법보좌관은 어떤 직종, 직급의 누구일까. 사법보좌관은 일반적으로 법원 서기관 중에서 선발된다. 법원 이사관이나 부이사관, 사무관, 또는 등기사무관 등인 경우도 있지만, 서기관이 주류다. 승진 대상 사무관이 사법보좌관이 되면서 서기관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다. 법원의 보직 서기관이 중간에 사법보좌관이 된 경우엔 임기 중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있다.

사법보좌관은 전국 각급 법원 등에 모두 147명이 있다. 대구법원 소속은 지법 5명(고법 한 명 겸직), 서부지원 및 포항지원 각 2명, 의성'영덕지원 등 각 한 명 등 15명이다.

법관도, 법원 행정직도 아닌 존재 특성상 정체성의 혼란도 겪는다. 실제 사법보좌관들 스스로 농담삼아 '호부호형 못하는'(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전'에 빗대기도 한다. 실제 별도의 공간(사법보좌관)에서, 법원 행정 업무가 아닌 법관의 업무를 보는 독립부서여서 후배 등 다른 법원 직원들과 어울릴 기회가 별로 없는 등 직원 간 유대 관계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신분은 법관과 법원 직원 사이에 있는 사법부 직원으로 보면 된다.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지만, 대법원이 인사 발령을 하는 대법원 소속이다.

◆언제, 왜 생겼나, 자격은.

사법보좌관은 2005년 7월 탄생했다. 법관에게 주어졌던 부수적이고 단순한 절차 업무 부담을 줄여 법관들이 소송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1999년부터 시행을 추진했지만 '재판은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법관이 해야 한다'는 변호사 단체 등의 반대로 도입되지 못했다. 법원 행정직의 승진 적체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사법보좌관은 아무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법원사무관 및 등기사무관 이상 직급에서 5년 이상 근무하거나 법원주사보, 등기주사보 이상 직급에서 10년 이상 근무해야 사법보좌관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전국의 희망자 중 법원공무원 중앙인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후보자로 선발된 뒤 사법연수원에서 6개월 연수를 거쳐야 사법보좌관이 될 수 있다. 보통 각급 법원의 결원을 예상, 해마다 전국 30명 안팎의 사법보좌관을 교육한다.

사법보좌관의 임기는 4년으로 원할 경우 연임할 수도 있다. 임기 후엔 법원 행정부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사법보좌관에게도 법관처럼 법복이 주어진다. 그러나 양단 색깔이 다르다. 바탕색이 검정 등 모양 등 모두 같지만, 사법보좌관 법복은 양단이 짙은 청색, 법관은 진자주색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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