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님들의 록밴드 '우담바라' 피었다

대구경북 스님들 의기투합 불교계 첫 결성

전국 최초, 대한민국 불교 역사상 처음 탄생한 스님들로 구성된
전국 최초, 대한민국 불교 역사상 처음 탄생한 스님들로 구성된 '우담바라 밴드' 단원들. 대구경북 지역의 스님과 비구니로 구성됐다.
'우담바라 밴드'의 탄생 주역, 대구 능인선원 주지 혜장 스님.

'중(스님을 낮춰 부르는 속어)들이 무슨 딴따라 한다고?'

전국 최초, 대한민국 불교 역사상 최초의 록밴드가 결성됐다. '우담바라 밴드'다. 지난해 가을 대구를 비롯해 구미'경산'청도 등의 스님과 홍일점 비구니 스님이 실력 있는 록밴드를 결성한 것이다. 밴드 단장은 대구 능인선원 주지인 혜장 스님이 맡았고, 단원들은 지역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실력 있는 스님이나 비구니로 채워졌다. 혜장 스님은 음악에 조예와 실력 있는 스님들 100명 중 오디션을 봐서 단원들을 모집했다.

보컬에는 홍일점인 비구니 지연 스님. 지산 스님이 기존에 보컬을 담당했지만, 지난해 말 스카우트 형식으로 노래 잘하는 비구니 스님을 모셔온 것. 콘트라베이스에는 자운 스님, 드럼에는 법상 스님, 기타에는 수진 스님, 색소폰에는 대원 스님, 건반에는 보화 스님이 나선다. 스님들로 이 정도 진용을 짤 수 있다니, 놀라운 조합이다.

출가하기 전 중학교 시절부터 음악 동아리에서 활동한 밴드 단장 혜장 스님은 "2년 전부터 스님들로 구성된 록밴드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그런 생각만 하다 지난해 8월 음악을 잘하는 스님들 100명 중 오디션을 통해 '우담바라'라는 밴드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

'우담바라 밴드'라는 명칭은 '3천 년 만에 피는 꽃이 우담바라인데 불교 역사상 첫 밴드의 탄생을 축하하자'는 의미에서 따왔다.

대구경북 지역의 스님들로 구성된 이 밴드는 지난해 동화사 팔공산 승시 축제 때 그 위용을 드러냈다. 의아해하던 관객들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밴드 단원들이 약간의 율동을 하자, 관객들은 더 열광했다. '설마 스님이 율동까지 하겠나?'라는 생각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 관객들은 웃음이 터지면서 한껏 노래에 도취한 것. 밴드 단원들은 예행연습 때 토론까지 해가며 율동을 넣어야 할지를 상의한 끝에 '리듬에 맞춰, 조금은 몸을 흔들자'고 의견을 모았다.

스님들로 구성된 이 현대식 대중밴드는 온라인 활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튜브에 '우담바라 밴드'라고 검색하면, '잠자는 공주', '칠갑산', 팝송 '오톰 리버스' 3곡의 동영상이 구동된다. 조회 수는 1천 건을 넘는다.

올 4, 5월쯤에는 수성아트피아 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창단연주회를 계획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3월에는 단원들이 대구에서 합숙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성구 지산동에 100평 정도의 연습장도 갖고 있다.

단장인 혜장 스님을 비롯한 단원들은 한목소리로 외친다. "창단연주회가 끝나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섭니다. 전국 사찰의 각종 행사나 축제에 들러, 흥겨운 음악을 들려줄 것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음악 행사도 많이 개최할 것입니다. 기존 관념을 깨는 스님들의 록음악(대중음악)을 기대해 주세요. 중들이 딴따라 한다고 야단치지 마시고요."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