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칠레 독립 영웅이 된 사생아, 오이긴스

베르나르도 오이긴스(1778~1842)는 칠레의 독립 영웅이지만 특이하게도 이름 오이긴스(O'Higgins)의 O'에서 알 수 있듯 아일랜드계였다. 그가 칠레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것은 아일랜드인 아버지로부터 비롯된다. 가톨릭 신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영국의 종교 박해를 피해 스페인으로 이주, 군인으로 성공해 칠레를 포함한 식민지 페루에서 근무하던 중 스페인계 여인과 만나 그를 낳았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홀몸이었음에도 정식으로 혼인하지 않았고 아내와 아들을 외면했다. 사생아였던 오이긴스는 돈이 없어 아버지에게 자주 도움을 요청했고 인정받으려고 애썼다. 나중에 페루 총독이 된 그의 아버지는 양육비와 교육비를 제공하다가 중단하더니 사망하기 나흘 전에야 아들로 인정, 거액의 재산을 물려줬다. 오이긴스는 23살에 대지주가 되었다.

그는 30대에 접어 들어 칠레의 독립운동에 몸을 담았다. 군대 경험이 없고 군사 전략의 문외한이었으나 탁월한 지도력과 협상력을 보이며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아르헨티나군과 연합해 1817년에 스페인 국왕파 군대를 항복시키고 최고 지도자가 됐으며 이듬해 오늘, 칠레의 독립을 공식 선언했다. 6년간 집권하며 개혁에 나섰으나 보수파가 쿠데타를 일으켜 페루의 리마로 망명했다. 19년 후 그곳에서 숨졌다.

김지석<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