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고법 "업무량 느는데 일 할 사람은 없고…"

행정·재판·민사부 5개 부산고법의 절반 수준…사건 처리 지연 속출

대구고등법원이 '조직 과소'와 '업무 과다'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조직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고법의 경우 상시 부서는 행정 및 형사 재판부 각 1개, 민사부 3개 등 총 5개로, 부산고법 본원의 7개 부, 원외재판부(창원) 4개 부 등 11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히 형사 재판부의 경우 대구고법엔 하나밖에 없어 대구지방법원 및 지원 형사 합의부의 모든 항소 사건을 한 개 형사부에서 다 처리해야 해 재판부당 평균 사건 접수 건수, 처리 건수, 미제 건수 등이 전국의 다른 고등법원의 1개 형사 재판부와 비교하면 두 배나 될 정도다.

실제 대구고법의 형사사건 접수 건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776건으로, 형사부가 2개인 부산고법 본원의 700건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대구고법 한 관계자는 "형사 재판부의 경우 업무가 너무 많아 불구속사건, 항고사건, 신청사건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렇게 과중한 업무 부담이 계속될 경우 구속 사건을 비롯한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쳐 충실한 심리를 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건은 많은데 조직은 작다 보니 인사 불이익 논란과 인사 적체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최근 대법원 인사 때 대구와 부산에서 각 한 명씩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해 비슷하게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이번 고등부장 승진 대상 기수였던 사법연수원 19기가 대구엔 4명이 있었던 반면 부산엔 2명뿐이었다. 지난해에도 부산에선 한 명이 승진한 반면 대구는 승진자를 내지 못했다.

대구고법에 부서가 5개뿐이다 보니 지역법관 출신들의 인사 적체도 심각한 실정이다. 당장 내년 인사만 보더라도 5개 부장판사 자리에 대한 인사 요인이 없거나 한 개 정도뿐이어서 이 자리를 두고 지역법관 출신 여러 명이 자리 경쟁을 해야 할 판이다.

이로 인해 대구 지역법관 출신은 고법부장판사로 승진하더라도 자리가 없어 거의 초임지를 부산고법 등 다른 지역에 배정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방법원 부장판사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심각해 지방 부장판사로 승진하면 먼저 부산이나 울산, 창원 등지에서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고법의 사건이 이례적으로 많이 접수됐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닌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올해는 일단 민사부 3개 중 한 재판부에 형사부 업무를 겸직하게 하는 등 형사부를 0.5부 정도 늘리고,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 등을 보고 필요하면 올 하반기에라도 형사부를 하나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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