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문화 신세 근로계약서 제도

지난해 1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단 하루를 일해도 임금, 근로시간, 휴일과 휴가를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사업주가 작성해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의무화됐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는 근로자가 전체의 46.4%나 됐다. 매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근로자 보호 제도가 근로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편의점, 주유소, 패스트푸드점 등 노령자나 청소년이 주로 고용되는 사업장에서 특히 심하다. 이런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마저 깎는 등 법 위반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131개 업소 가운데 122개가 최저임금 고지 의무를 위반하거나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사업장 근로자는 근로계약서 작성이 사업주의 의무 사항임을 잘 모르거나 알아도 일자리를 잃을까 봐 아무 소리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 근로자가 많은 사업장 894곳 중 노동 관계 법령을 하나라도 위반한 사업장은 809곳(90.5%)에 달했다. 만 15~19세 취업자가 23만 5천여 명(지난해 12월 기준)임을 감안하면 20만여 명이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신고하는 청소년은 연간 1천500여 명에 불과하다.

일하는 노령자나 아르바이트 청소년은 우리 사회가 가장 보호해야 할 취약 계층의 하나다. 이들을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해 놓고 '복지'나 '국민 대통합'을 말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감시'감독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제도만 만들어 놓는다고 문제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감시와 단속이 따르지 않으면 제도는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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