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핵무장 논란이 일고 있다.
최신예 전투기와 정밀타격 능력을 갖춘 미사일 등 최첨단무기를 아무리 짜임새 있게 갖추더라도 북한의 핵 공격 한 방이면 우리나라의 전투력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반대진영에선 핵무장은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전체로 확산돼 극동지역의 군사적 긴장만 높일 뿐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는 북한의 핵실험 다음 날 '북한 핵 문제, 결단의 시기가 왔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 스스로의 핵 억제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며 "결단의 시기가 왔다"는 뜻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우리도 최소한의 자위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며 "이웃집 깡패가 최신형 기관총을 구입했는데 돌멩이 하나 들고 집을 지킬 수 있다고 할 수 없는 만큼 북한의 처분에 우리 안보와 생명을 맡기고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북핵을 없앨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하면서 북핵에 대응해 우리나라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공약을 제기한 바 있다.
정 전 대표뿐만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 내에서도 핵무장론이 힘을 얻고 있다.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우리가 단순히 대화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며 "장차 당면할 동북아 군사적 긴장과 이로 인한 핵 도미노와 같은 상황까지도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며 유사시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을 거론했다.
원유철 중진의원은 조건부 핵무장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남북한 간 심각한 핵 불균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최소한의 자위책 마련 차원에서 북한 핵 해결 시 즉각 폐기를 전제로 대한민국의 핵무장 선언 필요성과 더불어 미 전술핵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여당 내부의 강경입장에 대해 야권에서 동북아 긴장 고조를 이유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핵무장은 일본과 주변국에 핵무장 명분을 제공해 동아시아지역 전역이 세계의 화약고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 내놓은 공식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북의 핵실험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지만 그에 대한 제재도, 앞으로 대책도 평화 기조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당선인 모두 단호함과 동시에 차분함을 잃지 말아야 하며 정부의 북핵 대책은 과정도 평화, 결과도 평화여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보수진영 일각에서 핵무장론을 언급하자 전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햇볕정책을 주도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핵무장론은) 가당치도 않은 얘기"라며 "결국 동북아를 핵 창고로 만드는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기분상으로 핵무장 등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지만 국제적 여건을 볼 때 어렵다"며 "사실상 지금처럼 미국의 핵우산으로 들어가는 길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치권의 갑론을박에 대해 정부는 국익과 현실을 고려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국적 생각을 높이 평가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국제 공조를 해서 (북한의)핵을 포기시키는 게 목표인 만큼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정책을 책임질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역시 15일 "'핵무장론'과 같은 말은 쉽게 해서는 안 된다"며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국익과 관련된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한편 모노리서치가 이달 13일 전국의 성인남녀 1천78명을 대상으로 북한의 3차 핵실험 관련 긴급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과반수인 51.2%가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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