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직업 선호도 조사를 해보면 교사라는 직업은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는다. 직업의 안정성 외에도 사회적으로 존중을 받는 일이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교사들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학생, 학부모는 예전처럼 순순히 따라와 주질 않고 '스승다운 스승이 없다' '교사의 권위가 무너졌다' 등 부정적인 말도 많이 듣는다. 교사들 스스로 그리고 있는 스승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들안길초등학교에서 30여 년째 교단에 서고 있는 최혜경(51) 선생님은 수석 교사다. 수석 교사는 교장'교감 등 관리직이 되는 대신 정년까지 수업'장학'신규교사 지도를 맡는 선임 교사를 일컫는 말. 최 선생님과 작년에 이 학교에 부임해 1년을 보낸 남경인(23) 선생님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교사', '교사상'에 대해 들어봤다.
◆교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계기는.
▷남경인 교사(이하 남)=어릴 땐 꿈이 정말 많았어요. 카피라이터, 동물 조련사 등 하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그러다 주위에서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을 키워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는 말을 듣고 교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어머니가 권하기도 하셨고요. 하지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 건 대학에 들어간 뒤였어요. 대학 때 교생 실습을 나가 보고 제가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비로소 제 선택이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혜경 교사(이하 최)=저도 어머니가 교사가 되길 바라셨어요. 여성이 갖기에는 괜찮은 직업인데다 성격상으로도 어울릴 거라면서요. 교단에 발을 디딘 지 두 달 만에 '나와 잘 맞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 쉬고 있을라치면 아이들 얼굴이 계속 눈에 어른거리고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쉬는 날에도 아이들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요. 얼른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남=휴일이 많으면 좋지 않나요? 아이들과 있는 것도 좋긴 하지만. 최 선생님처럼 되려면 전 아직 한참 먼 것 같아요.
◆학부모, 동료 교사와의 관계 설정이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남=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다른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아이처럼 이것저것 챙겨주십니다. 실수투성이인데도 '남 어린이'라고 부르시며 예뻐해 주시니 고맙죠. 작년에 2학년을 맡았는데 아이들과도 잘 지냈어요. 함께 장난치고 놀다 보면 가끔 '이 녀석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 편안한 옆집 형?'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요. 하지만 학부모님들은 가끔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를 어리게 봐서 그러신지 갑자기 큰소리를 치시거나 자기주장만 내세우실 때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하죠.
▷최=사회생활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대인관계겠죠. 특히 학부모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느냐가 쉽지 않은 문제일 겁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 위주로 생각하다 보면 교사의 지도에 대해 오해를 할 수도 있어요. 마음을 힘들게 하는 학부모는 언제나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계속 겪을 테니 너무 가슴에 담아두고 속을 끓이지 마세요. 익숙해져야 하는 일이에요.
◆어린 학생들과 함께하는 일상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남=어른들이 흔히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더러 '내가 그땐 안 그랬는데'라고들 하잖아요. 저도 아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저땐 안 그랬는데'. 요즘 아이들은 제가 어릴 때보다 이기적인 성향도 강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면도 종종 보여요. 특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줘도 끝까지 '나는 내 갈 길 간다'고 고집을 피우는 아이들을 다루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답답하죠. 하지만 제 말을 잘 듣지 않으니 속만 끓이게 돼요.
▷최=아이들은 교사가 자신을 이해해 주는지에 따라 태도가 상당히 달라져요. 저는 항상 '아이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 집중합니다. 가령 잘못을 했을 때 야단을 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우선 편안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이해를 시켜야죠. 교사가 큰소리를 내다보면 그 아이뿐 아니라 주변 아이들이 모두 불안해합니다. 교사가 평정심을 유지하면 아이들도 편안해하고, 그러다 보면 돌출 행동도 하질 않아요.
▷남=어휴, 그 정도 수준이 되려면 전 아직 많이 부족하군요. 도를 덜 닦았나 봐요. 성질도 많이 죽여야겠고요.(웃음) 교사라는 일이 생각보다 더 어려운 길인 것 같아요.
◆어떻게 수업을 하는 게 아이들에게 좋을까.
▷남=교사라면 당연히 수업을 잘해야겠죠?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가르쳐야 하고요.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이론적으로는 배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습니다. 가장 힘든 점은 2학년인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기 어렵다는 거죠. 수준을 내리기가 힘들었어요. 저도 모르게 어려운 단어들을 쓰게 되는데 잘 고쳐지지 않더군요. 가끔 '아이들이 내 말을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떻게 수업을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아직 확신이 안 섭니다.
▷최=제가 수업 공개, 수업 컨설팅을 많이 하긴 하는데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니에요. 굳이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아이들의 말을 많이 들어주라는 겁니다. '이럴 때 너희들은 어떻게 할래?' 등 질문을 자주 하고 가급적 여러 아이들이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수업을 할 때 교실 뒤에 있는 때가 많죠. 그러다 보면 학습 진도는 언제 나가느냐고 묻는 이도 있지만 크게 문제 되지 않아요. 아이들이 수업에 몰입하기 때문에 실제 진도가 더 빨라져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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