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방이 유리인데…공간 속의 다른 공간

봉산문화회관 기획전

# 2층 전시장 별칭 '유리상자'

#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 제공

# 이전 참여작가 중 6명 선정

봉산 문화회관 기획 '갭'(GAP, Glassbox Artist Project)전이 16일까지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린다. '갭'은 유리상자 아트스타 전시의 새로운 프로젝트 이름으로, 유리상자는 봉산문화회관 2층 전시공간의 별칭이다.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여 있는 이 공간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을 제공했고, 2007년 이후 37명이 이 공간에서 개성 있는 예술 작품을 선보여왔다.

'갭'전은 유리상자 아트스타에 참가했던 작가 37명 가운데 6명을 선정해 벌이는 기획전시다. 이번 전시는 외부 협력기획자 윤규홍 갤러리 분도 아트디렉터를 초청해 진행된다.

전시 주제는 '사이드 B'. 유리상자를 벗어난 다른 공간이라는 차이점에 주목한 전시다. 1전시실에 권남득, 김미련, 박정현, 신경애, 2전시실에 한유민, 3전시실에 정세용 작가가 전시를 펼친다.

조각가 권남득은 움직이는 동양 산수화를 선보인다. 거대한 화면 위에 자석과 철가루를 붙여 산수화를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를 만든다. 모터와 센서가 작동하면서 나무들이 바람에 넘실대는 듯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작가가 어린 시절에 고요하게 느꼈던 해 질 녘의 '검은 산'을 보여준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미련은 작품 '산책'을 선보인다. 작가가 선정한 몇몇 장소를 촬영해 한 화면에 배열한 뒤, 관객이 주사위를 통해 무작위로 선택한 한 장면이 실행되는 작품이다. 작가 개인의 눈과 머리로 받아들인 경험을 관객들이 간접 체험하는 쌍방향 예술이다.

박정현은 바닥에 나무를 이용한 굴곡을 만든다. 그 자체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전하기도 하지만, 작가는 관객들에게 의도적인 불편함을 제공한다. 불편한 디자인, 쓸 수 없는 가구류, 일회적인 설치 작업을 통해 현대 조형예술의 역설적 환경을 보여준다. 신경애는 거대한 포크 형상을 입체와 평면으로 재현한다. 오랫동안 '포크'의 형상에 대해 작업해온 작가는 반투명한 재료를 이용해 중간지대, 중성의 묘미와 그로 인한 공간과의 적절한 융합과 확장을 보여준다.

2전시실에서 한유민은 자신이 캔버스 속에서 창조한 캐릭터를 입체로 끌어냈다. '광대'의 캐릭터가 그려진 쿠션들을 구조물 내부에 채우고, 그 외벽에는 그림을 그려놓았다. 뚱뚱하고 못난 작가만의 캐릭터가 아트 상품의 영역으로 탈바꿈된다. 3전시실에서는 조각가 정세용의 '성좌'가 전시된다. 어린 시절 느꼈던 밤하늘의 신비함을 재현한다. 작가는 녹슨 철판을 돔 형태로 제작해 별자리 같은 구멍을 뚫어, 캄캄한 전시공간에서 우주의 느낌을 체험하게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윤규홍 아트디렉터는 "유리 상자에서 너무 많은 빛 아래에서 고심한 작가들을 화이트 큐브의 반대 조건에 밀어 넣은 전시"라면서 "이번 전시는 작가의 다른 면을 주목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고, 유리상자 전시를 거쳐 간 작가 중에 여섯 명을 초대했다"고 밝혔다. 053)661-3081.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