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고양이의 '우다다'

야생 본능 집고양이의 에너지 발산 '난동'

# 처음엔 당혹…반려동물 이해하는 계기로

체셔와 만나기 전에 지인의 고양이를 일주일 정도 맡은 적이 있었다. 고양이를 데리고 온 첫날, 그 녀석은 금세 익숙해지더니 곧잘 방안을 돌아다녔다. 새끼고양이답게 꼬리를 들고 씩씩하게 방안을 돌아다니는 모습, 혼자 뒹굴며 장난치는 모습, 사료를 빠드득빠드득 잘 씹어 먹고, 모래 화장실에 알아서 들르는 모습까지. 특별할 것 없던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가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내게는 너무나 신기했다.

그렇게 신기하고 긴장됐던 하루가 지나고 잘 무렵이었다. 나는 평소와 다름 없이 잘 준비를 마치고 불을 끄고 누웠다. 그때였다. 하루 종일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던 녀석이 내가 누움과 동시에 갑자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내며 온 방 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왜 그러는지 영문을 모른 채 밤새 형광등 스위치만 껐다 켰다 하며 야단과 부탁을 반복하다가 결국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여름이기에 그다지 추울 것 같지 않았고, 밤새 멈추지 않는 그 날뜀에 도저히 잠을 청할 수 없었기에 녀석을 베란다로 내보냈다. 그때는 그게 바로 '고양이 우다다'라는 걸 몰랐기에 정말이지 황당했다. 온 종일 조용히 놀던 아이가 갑자기 눈에 광기까지 띠고 난동을 피우니 처음엔 좀 두렵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행동이 일반적인 고양이라면 당연하다는 걸 안다.

애묘인들 사이에서 '고양이 우다다'라고 지칭되고 있는 이 행동은 야생의 본능이 남아 있는 집고양이들이 집안을 뛰어다니며 자신이 미처 사용하지 못해 남아있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일 뿐이다. 단지 고양이가 야행성이기에 뛰어다니는 시간대가 반려인의 수면시간과 겹치는 것이지 반려인의 수면을 방해하거나 괴롭히려는 고의적인 의도는 없다. 얌전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체셔도 '우다다'는 한다. 체셔가 어렸을 땐 밤에 내가 자는 동안 우다다 뛰어다니는 체셔에게 밟혀서 깬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뛰어다니는 정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지금도 '우다다'는 체셔가 하는 유일한 운동이다. 하지만 처음과는 달리 함께 살면서 서로 익숙해진 탓인지 내가 잠든 시간에 시끄럽게 뛰어다니지 않으며 체셔가 한밤중에 장난치며 논다고 해도 수면엔 지장이 없을 정도로 나도 고양이의 습성에 익숙해졌다.

잘못한 아이에게 무턱대고 혼을 낸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꾸중하는 것은 이보다 더 조심스럽다. 반려동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무턱대고 혼을 내거나 못하게 하는 것은 반려동물에게 더욱더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아이에게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연유를 듣고 서로 이해할 수 있지만 동물은 그런 대화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이 좀 더 동물을 이해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집안 물건을 망가트려서 혼내기보다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파손 위험이 있는 물건은 치우는 편이 좋다. '우다다'와 같은 습성을 막고 혼내기보다는 여유시간에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도록 함께 놀아주는 것이 더 좋다.

사람이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며 함께 살아가듯이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이해하는 만큼 반려동물도 반려인의 습성을 이해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서로를 더 이해하고 익숙해져 가는 것이다.

장희정(동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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