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담배는 줄여도 술은 안 줄인다

담배 소비비중 7년째 하락, 가격 오르면 더 줄어들 듯…술 소비는 늘어

직장생활 8년 차인 임모(35) 씨는 지난해 초 건강을 위해 10여 년간 피워왔던 담배를 끊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서너 번씩 갖는 술자리는 여전하다.

임 씨는 "담배는 개인적인 의지로 끊을 수 있고 건강과도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지만 술자리는 사회생활하는 이들이 멀리하기 어렵다"며 "사회적으로도 흡연은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로 인식이 안 좋지만 음주는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담배 소비의 비중이 줄어든 반면 주류 소비는 여전히 상승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문화 확산으로 흡연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음주율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도 관련 있다. 특히 저소득층의 담배 소비 비중은 고소득층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8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거래소,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 소비 규모(전국 2인 이상 가구 기준)는 월평균 1만8천351원으로 전체 소비지출(245만7천441원)의 0.75%에 달했다.

소비지출 중 담배 소비 비중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7년간 하락하고 있다. 2005년 1.14%이던 비중이 2008년 0.96%로 1% 선 아래로 떨어졌고 2009년 0.85%, 2010년 0.81%, 2011년 0.77%에 이어 작년 0.75%로 하락했다.

담배 소비가 줄어드는 반면 술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해 주류 소비액은 월평균 9천779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의 0.40%였다. 이 비중은 2005년 0.38%에서 2007년 0.37%로 떨어졌다가 상승세로 돌아서 2008년 0.38%, 2009년 0.39%로 올라섰고 증감을 거듭하다가 작년에 0.4%대로 상승했다.

담배 소비 비중이 줄어들고 주류 소비가 느는 것은 흡연율 및 음주율 변동과 무관하지 않다. 소비자들이 건강을 고려해 담배는 줄이고 있지만 술은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

실제로 현재흡연율(만 19세 이상 중 평생 담배 5갑 이상을 피웠고 현재도 담배를 피우는 비율)이 2005년 28.8%에서 2011년 27.0%로 낮아진 반면 월간음주율(최근 1년간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음주한 비율)은 2005년 54.6%에서 2011년 60.6%로 높아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흡연율은 남성이 4% 넘게 줄어든 반면 여성은 1%가량 늘어났다"며 "하지만 월간음주율은 남녀 모두 약 5% 상승해 음주소비의 증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담배의 경우 저소득층의 소비 비중이 고소득층의 2배가 넘어 흡연에 따른 폐해가 더욱 우려되고 있다.

작년 고소득층인 5분위의 월평균 소비지출 중 담배 소비 비중은 0.46%에 그친 반면 저소득층인 1분위의 담배 소비 비중은 1.09%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자신의 소비생활에서 담배를 피우는 데 고소득층보다 2.4배 더 돈을 쓴다는 것.

한편 최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담뱃값을 2천원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담배업계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술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초기에 수요가 줄었다가 점차 회복되지만 담뱃값이 2천원 오르면 금연자가 급증할 것"이라며 "이 경우 KT&G의 주가 하락은 물론 관련 업체가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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