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도 보름 정도가 지났다. 그러나 새 정부 핵심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고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시선도 결코 곱지 많은 않다. 새 정부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 중요한 덕목으로는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 세대 간'계층 간'지역 간 갈등 극복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정목표를 달성할 능력 있고 적절한 인재 등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역사 속 지도자 중에서 인재의 적절한 등용으로 시대적 과제를 달성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세종대왕이다. 조선이 건국된 후 30여 년이 지난 즈음 왕위에 오른 세종, 그의 시대는 왕권과 신권의 갈등과 같은 초기의 정치적 시행착오를 수습하고 왕과 신하가 함께 머리를 짜내며 조선이라는 나라를 안정시켜야 할 과제가 대두된 시대였다. 세종은 조선이 나아갈 국정의 방향을 자주'민본'실용으로 삼았고, 가용할 수 있는 인재를 최대한 활용하여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나갔다. 우리의 문자인 훈민정음의 창제를 비롯하여 백성들을 위한 '농사직설' '향약집성방' 등의 농서와 의서 간행, 장영실의 발탁과 해시계'자격루'측우기 등 각종 과학기구들의 발명, 박연으로 대표되는 궁중 음악의 정리 등 조선 건국 50여 년 만에 이룩한 세종대의 찬란한 성과들은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또한 북방 개척에도 힘을 기울여 4군6진을 만들어 압록강 두만강으로 경계가 이루어진 오늘날 한반도의 영토를 확정하였고, 공법(貢法)이라는 세법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17만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였다.
세종의 리더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정국을 운영하지 않고, '함께하는 정치'를 표방하였다. 지역과 신분을 막론하고 전국의 인재들을 불러모으고 이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집현전을 설치하여 최고의 인재들로 하여금 국가 정책을 만들게 한 것, 천민 출신의 과학자 장영실의 발탁은 세종의 포용적인 리더십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세종의 세자 책봉에 반대했던 황희를 포용하고, 맹사성, 유관, 허조와 같은 청백리 정승들을 배출하여 공직 기강을 확립하기도 하였다.
세종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함께하는 정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관이 집현전이다. 세종은 즉위 후 바로 집현전을 학문과 정책의 중심기구로 발전시켰다. 집현전이 위치했던 곳은 현재의 경복궁 수정전 자리로 근정전이나 사정전과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만큼 세종이 집현전에 대한 관심이 컸음을 의미한다. 집현전에는 신숙주, 성삼문, 정인지, 최항 등 세종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세종 스스로도 학문이 뛰어난 군주였지만 홀로 정책을 결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집현전과 같은 기구에서 배출된 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충분히 반영하였다. 집현전 학자들에게는 왕을 교육하는 경연관, 왕세자를 교육하는 서연관,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史官)의 임무도 동시에 부여하여 국가의 기둥으로 키워나갔다.
집현전에서는 각종의 편찬사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역사서, 유교경서, 의례, 병서, 법률, 천문학 관련 서적이 그것들로서 국가에 필요한 과제가 부여되면 집현전에서는 모두의 힘을 모아 정리하였다. 이러한 편찬사업은 세종 당대에 완성된 것도 많았지만 '고려사'와 같이 세종대에 시작하여 문종대에 완성된 것도 있다. 그만큼 긴 안목을 가지고 과제를 부여하고 이를 완성했던 것이다. 집현전은 세종의 각별한 배려 속에 수백 종의 연구 보고서와 50여 종의 책을 편찬하였다. 집현전의 설치는 무엇보다 세종이 혼자만의 힘으로 국가의 정책 결정을 하지 않고 다수 인재들에게 학문 연구를 지원하고 그 성과를 국가의 정책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새 정부 출범 초반부터 인재 등용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 옛것을 모범 삼아 새것을 창출한다는 의미인 법고창신(法古創新)이 떠오른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상 인재등용이 가장 돋보였던 세종의 리더십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지혜를 찾아 나갔으면 한다.
신병주<건국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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