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었던 이달 9일 전국 곳곳 산마다 화(火)가 잔뜩 났다. 화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를 낳았다. 특히 포항에서는 대형 산불로 15명의 사상자와 100여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도심을 휩쓴 포항의 대형 산불은 20년 전인 1993년 4월에도 발생해 당시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임야 수십 ㏊가 소실되고 가옥 26채, 축사 16채 등 42채가 전소했으며 돼지 등 가축 1천여 마리가 불에 타거나 폐사했다. 20년 만에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된 셈이다.
이번 산불은 시내 주택가까지 번져 오붓하게 주말을 즐기던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산불 현장 주변의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고 교통이 통제되는 등 큰 소동을 겪었다. 집계 결과 산불 때문에 아파트와 주택 등 80여 채가 피해를 입었으며 주민 한 명이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건조한 3, 4월이 산불에 가장 취약한 달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연평균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산불은 427건으로 1천173㏊의 피해가 발생한다. 또 전체 발생 건수의 74%, 피해 면적의 93%가 봄철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 강원도 양양에서 일어난 산불로 관동팔경의 하나인 낙산사가 한순간 잿더미로 변한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산불 대부분은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인재인 것이다.
입산자 실화가 42%로 가장 많고 논두렁 밭두렁, 쓰레기 등을 태우다 산불로 번진 경우도 28%에 이른다는 산림청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포항 산불도 철없는 중학생의 불장난이 원인이 됐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상대로 산불 예방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한 대목이다. 등산객들도 인화물질을 소지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산불로 인해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20배가 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고 생태계가 복구되는데 40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산불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특히 이번 산불로 산불 발생 때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진화 체제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포항시 및 관계기관의 초기대응 미숙으로 산불을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피해주민들로부터 원망으로 터져 나왔다. 버스 지나가고 나서 손을 흔들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제는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산불에 상처 입은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아픔을 함께 나눠야 한다. 다행히 각계의 지원과 온정이 답지하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가 빛을 발할 때이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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