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재체험장 10분, 유사시 生·死 가른다

소방안전협 대구경북지부, 대구 삼덕동에 피난체험장

12일 대구 중구 삼덕동 한국소방안전협회 대구경북지부에 마련된
12일 대구 중구 삼덕동 한국소방안전협회 대구경북지부에 마련된 '피난체험장'에서 직원들이 연기체험, 열기체험 등 화재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체험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쾅!"

12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동 한국소방안전협회 대구경북지부 '피난체험장'. 문을 열자마자 건물 벽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귓전을 때렸다.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뿌연 연기와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덮쳤다. 건물에 있는 유도등은 작동하지 않았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벽을 만지는 손의 촉각에만 의지해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몇 걸음 내딛자 갑자기 바닥이 움푹 꺼지는가 하면 천장에서 떨어진 배관들이 머리를 쳤다. 불과 30m 거리를 걷는 데 10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한국소방안전협회 대구경북지부 이원석 대리는 "실제 화재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무서운 상황이 펼쳐진다. 화재 현장 경험 유무는 소방 안전 경각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산하 한국소방안전협회 대구경북지부는 13일 건물 내 화재 현장을 모방한 '피난체험장'을 개장했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유도등, 소화전 등의 소방 시설물을 관리 점검할 소방안전관리자를 두어야 한다. 피난체험장은 소방안전관리자가 화재 현장 간접 경험을 통해 소방 시설물 관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소방안전협회 14개 지부 중 피난체험장을 갖춘 곳은 서울과 대구 두 곳뿐이다.

피난체험장이 마련되면서 소방안전관리자들은 화재 발생 시 대피요령을 '글'과 '말'이 아닌 '몸'으로 배우게 됐다. 이전까지 소방안전관리자 양성 과정과 안전 교육은 이론 수업과 실습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실습 시간에는 교육장 내에서 옥내 소화전과 유도등, 소화기 등의 관리와 사용법에 대해 배우는 정도였다.

한국소방안전협회 대구경북지부는 실습 교육에 '피난체험장' 경험을 포함할 계획이다. 113㎡ 남짓 되는 체험장에서는 연기체험, 벽붕괴체험, 열기체험 등 화재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교육생은 유도등을 켰을 때와 껐을 때로 나누어 두 차례 화재 현장을 체험하게 된다. 몸으로 화재 현장의 위험성과 소방 시설물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재난에 대한 안전의식을 키우고 화재로부터의 피해를 낮추기 위해서다.

한국소방안전협회 대구경북지부 김만규 지부장은 "평소 무심코 지나치는 유도등이지만 화재 현장에서는 유도등 하나 있고 없고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진다"며 "피난체험장 경험이 유도등 관리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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