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선 교사들 "고민 들어줄 시간이 없어요"…"수업·잡무 빠듯"

현장 모르는 폭력 대책 많아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정부는 수많은 학교폭력 예방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의 고민이나 피해 상황 등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교육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달 11일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15'고교 1년) 군 사건이 발생한 이후 경산의 한 중학교에서 만난 교사는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장에서는 하루 4시간씩 주당 20시간 정도의 수업을 하고 있는데, 수업 준비와 수업, 잡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을 내 학생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소위 '문제 있는 학생'들과 상담'선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여건 아래에서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해 대구와 영주 등지에서 중학생들이 학교폭력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학교폭력과 관련해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학부모들은 물론 학교, 사회 모두 말로는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모든 것을 성적으로 말한다'고 할 정도로 온통 성적 올리기에만 관심이 쏠린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선 학교폭력 방지나 자살예방 같은 상부 대책들이 현장에서 먹혀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피해 학생들이 터놓고 이야기하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감 회복과 소통에서 출발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학교 안팎의 분위기와 함께 시간적, 재정적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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