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지켜보고 심판을 봐 왔지만 중계방송을 보다 눈물을 흘린 적은 처음이다. 심판들도 아마 전율 속에 눈시울을 붉히면서 채점을 했을 것 같다.
4분이라는 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김연아 선수는 레미제라블이 되어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경이로운 박수를 보냈다.
피겨 스케이팅의 심판 규정은 점프와 스핀 등의 난이도와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기술적인 점수인 GOE가 있고, 프로그램의 5가지 구성요소를 평가하는 컴포넌트 점수가 있다. 2013 국제빙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의 김연아 선수는 12가지 과제 수행에서 모두 GOE 점수 +1~3을 받았고, 컴포넌트 점수에서도 퍼포먼스와 표현력에서 일부 심판으로부터 10점 만점을 받았다.
점프라는 기술 하나만 보더라도 GOE +3을 받으려면 ▷예상되지 않고, 창의적이고 난이도가 높은가 ▷요소 바로 전의 확실한 스텝이 있었는가 ▷공중 및 회전 자세가 좋은가 ▷높은 높이와 먼 거리인가 ▷착지가 좋고 창의적인가 ▷점프 콤비네이션을 처음부터 착지까지 좋은 흐름으로 수행하였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들이지 않고 수행 하였는가 ▷음악과 일치하는가 등 8가지 요소 중 6가지 이상이 충족되어야 한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가? 김연아 선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서 극복했다.
2년 공백기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이후 오는 정신적인 공허함, 향후 행보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시선, 체력의 저하, 기대 부응에 따른 심리적 부담, 부상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 등을 이겨내고 우리 앞에 다시 일어섰다. 이전에 출전한 몇몇 대회에서 나타난 몇 가지 문제점들을 완벽하게 이겨냈다. 먼저 경기 후반부에 오는 체력의 저하를 전혀 못 느낄 만큼 체력이 향상되었다. 특히 후반부의 점프 콤비네이션에서 두 번째 점프는 첫 번째 점프 못지않은 높이와 비거리를 유지하여 가산점을 더 추가하였다. 또한 쇼트경기에서의 자신에 대한 면도날 판정이 부담이 되었을 텐데 비장한 분위기가 느껴질 만큼 강한 정신력으로 이겨 내어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차세대 피겨 스케이터들은 이미 국제무대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경기 후반부에 오는 체력 저하로 인한 기술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근력 및 심폐지구력 등 체력 향상에 중점적인 트레이닝을 포함한 기술 강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예술적인 감각을 향상시키기 위한 음악 표현 능력 및 동작의 연결구성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훈련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과도한 훈련으로 인한 무릎의 슬관절 손상, 요통 및 발목의 전경비인대의 손상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몰입해서 경기를 하는 김연아 선수가 아름답고 숭고하기까지 했다. 선수 뒤에서 공들인 부모, 코치, 트레이너 및 관계자분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새삼 존경심이 느껴진다.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아낌없이 찬사를 보내는 관중들의 성숙한 관전 문화도 인상 깊었다.
안나영(피겨스케이팅 국제심판'계명대 사회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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