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나는 안다고 생각한다. 욕심을 버리고 즐길 수 있는 혹은 아무런 이유 없이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 그렇지만, 난 한편으론 그것을 찾지 못하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찾음과 동시에 나에겐 금전적 자유가 사라질 것이란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난 오늘도 행복과 자유의 모순 속에 살아가고 있다.(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중에서)
언젠가 엄기호의 책을 읽으면서 내내 쓸쓸했다. 책에서 던지는 질문들이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내 살을 파고들었다. 내가 사는 이유가 정말 성공밖에 없는 것일까? 죽도록 자기 계발한다고 내 삶이 나아지기나 할까? 왜 그런 것들이 문제조차 될 수 없는 거지? 진정한 행복이란 것이 도대체 뭐지? 질문을 할수록 더욱 쓸쓸해졌다. 대답을 찾아야 하는데 여전히 내 안에는 이것과 저것이 실타래처럼 엉켜서 마음의 출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최근 우연히 힐링의 시간을 만났다. '힐링캠프-한석규 편'이었다. 그가 타인에게, 또는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질문, '너는 왜 이 일을 하는 거지?' '네가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인가?'라는 질문은 그대로 나에게 전해졌다. 책을 좋아하고 낙서를 사랑한 학생이었던 나나, 교육정책을 하는 지금의 나나 큰 차이는 없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소개하는 책은 반드시 학교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다. 지금도 책과 관련된 일을 하니 그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오랜 시간 국어 선생님이란 길을 걸었고, 현재는 독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과연 언제 가장 행복했을까? 선생님이란 이름을 가지고 처음 아이들을 만났던 날? 통합교과논술지원단을 구성해 토요논술학교를 시작했던 날? 아이들과 함께 책 쓰기 동아리를 만들어 아이들의 책 쓰기 결과물인 '13+1'을 처음 출간한 날? 교육청이란 곳으로 장학사가 되어 처음 출근하던 날? 지나간 시간이 영화처럼 스치며 지나갔다.
하지만, 그 어느 시간도 '가장 행복했다'는 말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대부분 나를 드러내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진실이었다. 행복할 때도 많았지만 그건 단지 나를 위한 행복이었다. 그것이 아이들을 비롯한 타인들의 행복에도 조금은 도움이 되었겠지만 완전한 행복은 아니었다. 계속 내 목마름이 그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지금 누군가가 '언제 가장 행복했느냐?'고 질문하면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다. 2012년 7월 21일, '가족사랑 디베이트 어울마당'을 진행한 바로 그날 하루였다고. 그날 이후 나는 내 마음 한 쪽에 오롯이 자리 잡고 있었던 나 스스로에 대한 쓸쓸함의 휴지통을 비워낼 수 있었다. 왜 그럴 수 있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는데, 그 이유를 힐링캠프에서 찾았다.
한석규는 3년 공백기를 가진 후 다시 연기를 했을 때는 두려움을 느꼈다며 '내가 왜 연기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어내면서 극복했다. 왜 연기를 하는가. 전에는 내가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느끼고 싶어서다'고 말했다. 그랬다. 나의 행복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어리석게도 난 세상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내면의 욕망을 가졌던 것 같다. 능력이 부족하면서 그런 꿈을 가진 것은 분명 불행이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쓸쓸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는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느끼고자 일을 한다. '어울마당'을 하면서 온종일 느꼈던 행복감. 작지만 따뜻한 내 마음이 많은 사람에게 행복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 그런 풍경을 만들 수만 있다면 나는 분명히 행복하다. 그래서 요즘은 가장 행복했던 그 시간을 매일 꿈 꾼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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