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로 지구촌이 온통 시끌벅적했던 2002년 5월 3일에 대구수목원이 개장했으니 올해로 개원 11년을 맞는다. 내부적으로는 일부 간부들이, 외부적으로는 20여 개의 환경'시민단체는 물론 인근 주민들조차 반대했다. 언론마저도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쓰레기를 매립하고 난 땅에 꽃과 나무를 심어 수목원을 조성하는 일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업이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전문가의 자문(諮問)을 받았고 외국의 사례를 조사하여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어 일을 추진하는 실무자로서는 무척 힘들었다. 쓰레기가 서서히 썩기 때문에 언제 지반이 내려앉을지 모르고, 썩는 과정에 가스가 분출되며, 발생되는 침출수가 토양을 오염시키며,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였다. 주민들 역시 쓰레기를 매립하는 동안 그곳에서 나오는 악취와 먼지, 파리, 모기 등 해충으로 오랫동안 고통 받았는데 또 무슨 혐오시설물을 새로 지어 괴롭힐지 모른다는 대구시의 계획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반의 침하가 우려되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을 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심은 나무들이 잘 자라도록 필요한 공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외부 공사장의 좋은 흙으로 평균 6~7m 정도 성토했으며, 가스가 나오기는 하나 인체나 식물에는 해롭지 않은 메탄가스라 그대로 두어도 괜찮으나 그나마 빨리 빼내기 위해 요소요소에 배출구를 뚫고, 침출수는 지하수가 오염되지 않도록 수질환경사업소까지 배관을 묻어 별도로 보내 정화해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문제가 있을 수 없었다.
사업비는 매년 30억원을 5년 동안 15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적다고 할 수 없지만 도시의 경쟁력이라는 것이 박물관, 문화예술관뿐만 아니라, 수목원도 필요한 시설이라면 명색이 우리나라 3대 도시의 하나인 대구시가 이 정도의 투자를 두고 많다고는 보지 않았다. 환경'시민단체와 관련 교수들이 참여한 토론회를 개최했음은 물론 특히, 그동안 잘 참아 준 주민들에게는 일일이 찾아다니는 한편 마을금고 등에서 별도로 설명회를 개최해 오히려 환경을 더 좋게 하는 일인 만큼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된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추진 중 IMF 외환위기가 터져 모자라는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환경부며, 예산청을 방문해 신규 사업이라고 안 된다는 것을 설득해 국비를 받아오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 당시 시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공직생활의 마지막 봉사라는 각오로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수목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선인장, 수석, 분재는 시가로 억대를 넘는 금액이었으나 시민이 기부해 조성한 명물이다. 지금도 헌수동산에는 그때 시민들이 기증한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애초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생태복원 우수 사업으로 선정되고,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견학하는 곳이 되고 시티투어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이정웅 전 대구시 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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