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맛에 단골] 장어 마니아 세 사람 '삼천포 억수장어'

산지서 선별한 붕장어, 담백해서 좋고 힘 솟아 좋고

먹장어, 붕장어, 갯장어. 모두 바닷장어다. 바닷장어는 모두 자연산이다. 민물장어와 달리 양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어는 힘이 세다. 장어를 먹은 사람도 힘이 세다. 고단백 식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바닷장어는 민물장어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주로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로 먹는다.

'삼천포 억수장어'에서는 붕장어를 사용한다. 붕장어는 약간 깊고 따뜻한 바다에서 산다.

다른 장어에 비해 크고 굵고 '바다의 갱'으로 불릴 정도로 거칠다. 이 집 장어는 삼천포에서 가져온다. 장미애 사장은 "남편이 5일에 한 번씩 직접 삼천포로 가서 살아있는 장어만을 선별해 가져온다"고 했다. 그래서 더 싱싱하다.

이 집의 주 메뉴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소금구이는 싱싱한 장어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천일염을 뿌리는 것 외에는 따로 양념을 하지 않는다.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이 바닷장어 구이 맛이라고 할까. 소금 간을 한 소금구이는 담백하고 고소하다. 양념구이는 또 다른 맛이다. 소스를 뿌린 양념구이는 맛깔스럽다. 달지 않으면서 깊은맛이 난다.

장어 맛을 안다는 사람은 대부분 소금구이를 좋아하는데, 처음 먹는 사람들은 양념구이를 더 좋아한다. 먼저 소금구이를 시작해 양념구이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칭 장어 마니아 김성진(51) 씨는 "주인이 직접 활어 차를 몰고 삼천포까지 가서 선별해 가져온 장어라 그런지 더 싱싱하고 맛있다. 첫 맛은 무슨 맛인지 잘 느껴지지 않지만 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장어를 안주로 술을 마시면 덜 취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들른다"고 했다. 산악 클라이밍을 즐기는 김 씨는 "장어가 고단백질이라 산을 타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진섭(43) 씨는 "민물장어는 조금만 먹어도 느끼한 데 비해 바닷장어는 담백해 질리지 않아 자주 찾는다"고 했으며, 신현철(43) 씨는 "장어 하면 힘 아니냐? 스태미나 음식으로는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손님들은 장어구이를 먹은 후 꼭 장어탕을 찾는다. 장어를 손질하고 남은 대가리와 뼈 등을 푹 고아서 육수를 만든다. 여기에 부추와 청양고추 등을 넣고 맑게 끓여낸다. 국물이 곰국을 곤 것처럼 진하다. 비린내가 나지 않고 느끼하지도 않다. 구수하고 담백하다. 김진섭 씨는 "한 그릇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고 했다.

봄을 맞아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을 내놓았다. 도다리쑥국의 요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삼천포산 도다리와 쑥, 무, 청양고추, 그리고 천일염 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해풍을 맞으며 자란 쑥과 산란 후 새 살이 돋아 가장 맛있다는 도다리. 도다리와 쑥은 환상궁합이다. 쑥의 진한 향이 생선의 비릿한 냄새를 없애주기 때문에 강한 양념을 넣지 않아도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무를 우려낸 국물에 도다리를 넣고 익힌 뒤 쑥을 넣어 마지막 소금 간을 하면 완성된다.

장 사장은 "맑은 물에 무를 넣고 끓이다 도다리를 함께 익힌 뒤 다진 마늘을 곁들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쑥은 도다리가 완전히 익은 뒤 넣는 것이 원칙이다. 쑥은 너무 익으면 향이 사라지고 색도 변하기 때문이다. 질겨지는 단점도 있다"고 했다.

맑은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다. 단맛이 약간 도는 맑은 맛이다. 개운하다고 해야 할까. 쑥향이 코에서 머리로, 곧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새하얀 도다리 살은 보들보들하고 촉촉하며 담백하다. 봄의 포근한 나른함이 온몸에 밀려오는 듯하다. 도다리는 살이 익을 정도로만 살짝 끓였고 쑥 또한 푸르르 익혀 푸른빛이 그대로다.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하얀 도다리 살에 쑥향이 배고, 향기로운 쑥에 도다리 맛이 스몄다. 여린 쑥은 씹히는가 싶더니 목젖으로 넘어가고 도다리 살점은 달다. 바다와 육지의 오묘한 향이 어우러진다.

김성진 씨는 "전혀 비리지 않아요.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있고 속이 탁 풀리는 기분"이라며 "담백하고 쑥의 쌉싸래한 향기가 밴 국물을 한 숟가락 떠넘기면 '아, 봄이 이렇게도 다가오는구나'하고 느낀다"고 했다.

멍게비빔밥은 멍게와 숙주, 무순 등 새싹 채소와 상추, 김, 참기름, 양념장 등을 넣고 비빈다. 뜨거운 밥과 잘게 썬 멍게와 채소가 어우러져 멍게 향이 입맛을 자극하다.

신현철 씨는 "멍게는 상큼하면서도 특유의 쌉싸래한 맛과 향이 독특하다. 비비는 동안 참을 수 없는 침이 입안 가득 고여 온다. 천하의 밥도둑이다"고 했다.

이 집의 또 하나 특징은 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장 사장은 "화학조미료는 내가 싫어해 사용하지 않는다. 단골손님들은 그 뜻을 알고 좋아한다"고 했다.

장어소금구이 1인분 150g 1만3천원, 장어양념구이 1인분 150g 1만4천원. 도다리쑥국 1만3천원, 멍게비빔밥 8천원, 장어탕 7천원.

'주차장: 10여 대 가능

'좌석규모: 60여 석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2시, 연중무휴

'전화: 053)755-2767

◆'우리 직장 단골집'이 '이맛에 단골!'로 바뀌었습니다. 이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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