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청도 와인터널

보슬비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상쾌한 라이딩

빨갛게 익은 감이 끝날 무렵 경북 청도군에 있는 와인터널로 라이딩을 떠났다. 청도군 화양읍에 있는 와인터널은 일제강점기 때 만든 터널로 현재는 사용이 중지된 터널이다. 이 터널은 완공 후 약 11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온도와 습도가 연중 내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어 천혜의 와인 숙성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06년 와인터널이 개장했으며 현재는 청도 특산물인 감을 이용해 만든 감와인 숙성고로 활용하고 있다. 오전 일찍 언니들과 팔조령을 넘어 와인터널을 향해 달렸다. 아침부터 짓궂게 보슬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우리들은 포기하지 않고 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비가 내려 날씨가 쌀쌀했지만 달리는 내내 즐거웠다. 라이딩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추위도 잊게 했다. 한참을 달리니 이름 모를 저수지에 도착했다.

잠시 쉬면서 가지고 온 음식을 먹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라이딩하고 먹으니 음식도 더 맛있었다.

감의 고장답게 곳곳에 감나무였다. 갑자기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주인 몰래 감을 따먹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인심이 좋아 한두 개쯤 따 먹어도 괜찮겠지? 아니야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남의 감을 따먹어. 큰일 날 거야?' 한참이나 선과 악이 교차하다 그냥 지나쳤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길이 이어졌다. 유명한 청도소싸움장이 보였다. 주말마다 소싸움대회가 열린다고 했다. 건너편에는 청도용암온천이 보였다.

터널로 가는 마을 입구에도 탐스럽게 감이 달려 있었다. 드디어 와인터널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철길이었다. 터널 안은 와인병으로 꾸며져 있었다. 유명세를 탄 와인터널은 우리보다 먼저 온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무료로 와인을 시식하기에 우리도 한 잔씩 마셨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와인터널은 생각보다 꽤 긴 터널이었다. 청도의 감으로 만든 와인 '감그린' 도 판매하고 있었다. 이곳 터널은 국내에 있는 아름다운 터널 중 한 곳으로 손이 많이 간 흔적이 보였다. '누가 이런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참 잘한 것 같았다. 새마을운동 발상지인 청도군에 이런 멋진 곳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터널 안은 상상 외로 아름답게 해놓아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너무나 멋져 가족들끼리, 연인끼리 오면 좋을 것처럼 보였다. 청도는 감 외에도 복숭아도 많이 생산돼 봄에는 복사꽃이 아름답다고 한다. 복사꽃이 필 때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 뒤에 먹는 밥은 맛있다. 무엇을 먹어도 맛있다. 그날도 맛있게 먹었다. 대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근사한 터널이 있는 것이 그저 고맙게 느껴졌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날씨도 추워져 귀가를 서둘렀다. 날씨는 추웠지만 우리들 마음은 따뜻했고 행복했다. 특히 아무 사고 없이 여행하였기에 서로에게 감사했다.

우리들의 청도 와인터널 여행은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 좋았다. 이런 사람들과의 여행은 어디를 가더라도 행복할 것 같았다. 우리들은 다음 자전거 여행을 기약하면서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을 향해 힘껏 페달을 밟았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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