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의성 고운사

절 입구 울울한 소나무숲, 솔향기 피로 달래줘

살랑이는 봄바람을 따라 의성군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시골은 도시와 달리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졌다. 논밭에는 농사일로 분주히 움직이는 농부들의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특히 의성은 마늘이 유명한 지역이라서 그런지 들녘에는 온통 녹색의 마늘밭이었다.

목적지는 고운사.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에 있는 절로 등운산(해발 524m)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681년) 때 의상조사가 건립한 절이다.

고운사로 가는 길에는 경운기를 몰고 가는 농부가 많았다. 내 앞에도 경운기 2대가 달리고 있었다. 매연을 뿜으며 통통거리며 천천히 가는 경운기를 추월하고 싶었지만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역시 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었다. 한참을 달렸는데도 고운사 가는 이정표가 보이지 않았다. 단촌면사무소 앞에서 철공소를 하는 아저씨께 길을 물었다.

아저씨는 반갑게 "아이고 자전거 타고 그곳까지 가겠습니까?"하면서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면서 가르쳐주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부지런히 페달을 밟았다. 한참을 달리니 오르막이 나타났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헉헉거리면서 힘들게 올라갔다. 아저씨가 왜 '갈 수 있겠냐'고 하셨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대구보다 추운 곳이라 그런지 그곳에는 개나리가 많이 피어 있었다. 벚꽃도 많이 보였다. 시골인심이 그렇듯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양보를 많이 해줬다. 드디어 고운사 입구에 도착했다. 고운사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경치와 분위기에 푹 빠졌다.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이 있었는데, 봄바람에 솔향기가 솔솔 풍겼다. 지친 심신을 한순간에 달래주는 기분이었다.

길은 황토처럼 노란 흙길이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고 싶었다. 아마도 자전거가 없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솔향기와 황톳빛 흙길에 취해 가다 보니 고운사의 일주문에 도착했다. 고운사에는 경북유형문화재 제151호인 가운루가 있었다. 좀 더 올라가면 대웅보전이 보였고, 그 옆으로 난 돌담길을 올라가니 문화재 자료 제28호인 3층석탑이 있었다.

높이 3.33m인 3층석탑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또 보물 제246호 석조석가여래좌상(높이 79㎝)이 모셔져 있었다. 귀중한 보물과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고운사는 조계종 제16교구 본사로, 60여 크고 작은 사찰들을 관장하고 있다. 아담하고 운치 있는 절이었다. 절은 조용했다. 가운루 밑으로 물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비록 독실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가족들의 건강을 빌었다. 정성스레 올린 소원을 부처님이 들어줄 것만 같았다. 부처님께 소원을 빌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고운사에는 아직도 군불을 지피는 방이 많아 장작더미가 많이 보였다. 대웅보전 곁문에 가지런히 놓인 낡은 털신 한 켤레를 보고 있으니 왠지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일화에는 죽어서 저승 가면 염라대왕이 "고운사에 다녀왔느냐"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고운사를 둘러보면서 그 이유를 알려고 했으나 끝내 알 수는 없었다. '외로운 구름이 머문다는 절' 고운사. 후대까지 길이길이 지금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기를 빌었다.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대구로 향했다. 은행잎이 아름다운 가을날 꼭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면서….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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