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류모(31'여'대구 북구 서변동) 씨의 하루하루는 고단함의 연속이다. 류 씨의 하루는 오전 7시에 시작해 다음 날 새벽 1시가 돼야 끝난다. 류 씨는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친 뒤 15개월 된 아들을 안고 친정집으로 허겁지겁 달려간다. 류 씨가 직장에 있는 동안 류 씨의 어머니가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데려와 돌본다. 퇴근 후 다시 친정집으로 가서 아들을 데려온다. 한숨 돌릴 틈도 없다. 청소와 세탁 등 가사와 육아는 늘 류 씨 몫이다. 늦은 밤 아들을 재운 뒤 그제야 류 씨도 잠이 든다. 류 씨는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날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며 "퇴근 후 아이를 업고 집안일을 하는 내 모습에 어떤 때는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와 남몰래 눈물을 훔치곤 한다"고 했다.
일하는 엄마, 이른바 '워킹맘'들이 일'육아'가사로 인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워킹맘이 급증하고 있지만 가사'육아는 여전히 여성만의 부담이어서 여성의 사회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가사'육아 힘겨운 워킹맘=(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지난해 만 18세 미만 자녀를 둔 30, 40대 워킹맘 1천 명을 대상으로 '워킹맘 고통지수'를 조사한 결과, 워킹맘의 83.7%가 '직장과 육아의 병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워킹맘 고통지수' 설문조사 결과 워킹맘 중 65.0%는 '가사를 혼자 맡는다'고 답했으며, 61.4%는 '육아는 항상 내 몫이다'고 했다. 통계청의 '2009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하루 중 맞벌이 부부 아내가 가사와 육아에 쓰는 시간은 3시간 57분으로 남편의 1시간 9분보다 3.4배나 길었다.
이처럼 워킹맘은 일'육아'가사에 시달리느라 자신만의 문화'여가 생활은 늘 뒷전이다. 워킹맘 박모(32'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아이가 생긴 뒤 오랫동안 준비했던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 준비와 요가 학원 수강을 모두 포기해야 했다"며 "일하면서 얻는 스트레스보다 꿈꿔왔던 것들을 접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말했다.
워킹맘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도 상당수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영유아 자녀를 둔 2천528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2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워킹맘 4명 중 1명은 육아 부담에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자녀를 둔 워킹맘 중 25.2%가 '자녀 양육 문제로 일을 그만둔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서'가 48.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몸이 힘들어서'(32.3%), '일이 많아 육아에 지장이 생겨서'(11.4%) 등이 뒤를 이었다.
◆보육시스템 구축'가사 분담 등 대책 시급=도모(35'여'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최근 12년째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애초 도 씨는 둘째를 낳을 계획이 없었다.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맞벌이 부부의 서러움을 한 번 더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 씨는 "퇴근 시간이 늦어질 때면 어린이집에 혼자 남겨진 아들에게도 미안하고 어린이집 눈치도 보인다"며 "반으로 주는 수입도 걱정이지만 일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워킹맘의 고통을 낮추기 위한 정책 마련과 문화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족'다문화정책 홍승아 센터장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현재의 장시간 노동체제를 단시간 체제로 바꿔 가족이 함께 보내는 '가족시간'을 늘려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가정에서의 성 평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워킹맘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강남식 교수는 "엄마들이 안심하고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보육시스템 구축이 급선무다"며 "더불어 남편들도 정신적 응원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가사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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