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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삼국유사 일가견, 용천사 얽힌 전설 정리…청도 용천사 주지 지거 스님

용천이라는 샘물에서 용이 나온다는 전설을 가진 용천사의 주지 지거 스님이 견학온 학생들에게 범종각 앞에서 법문을 하고 있다.
용천이라는 샘물에서 용이 나온다는 전설을 가진 용천사의 주지 지거 스님이 견학온 학생들에게 범종각 앞에서 법문을 하고 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용천사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십찰의 하나로 고려시대 일연 선사가 중창한 유서 깊은 고찰이다. 또 용천사의 샘물인 용천수는 청도 지역뿐 아니라 인근 대구에서도 물을 받으러 올 만큼 그 맛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 용왕제를 지내다 샘물 표면에 용의 형상이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용천사의 주지로 부임한 지거 스님은 이런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고 싶어 했다. 이를 통해 용천사가 승려들만 수천 명에 이르고 47개의 암자를 거느리고 있었다는 전성기의 옛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은 지거 스님에게 "대견사 답사도 없이 일연 스님 관련 소설을 썼느냐"며 "아무튼 일연 스님과 인연이 있는 듯하니 비슬산 일을 맡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지거 스님은 '대견사중창불사집행위원장' 및 '용천사 주지'로 임명됐다.

지거 스님은 "일연 선사는 1206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생애 첫 주지를 대견사에서 했으며 용천사를 중창하였다. 그런데 나는 용천사가 첫 주지 소임이면서 대견사 중창 불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곳 비슬산과 일연 스님과의 인연이 몹시도 큰 모양이다"며 웃음 지었다.

현재 팔공총림 동화사의 부주지이기도 한 지거 스님이 삼국유사에 관심을 보인 것은 출가 이전인 중학생 시절부터다. 스님은 문학적이고 환상적인 삼국유사의 서술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삼국유사로부터 받은 감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결국 스님에게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에 관한 소설을 집필할 것을 결심하게 했다.

지거 스님은 실제로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에 관한 소설 2권을 1998년에 이미 탈고했지만 아직까지 책 제목을 정하지도 못했다. 일연 스님 일대기를 선뜻 세상에 내놓기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국대에서 문예창작 전공으로 석사 학위까지 받았기에 그간의 불교 체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좀 더 현실감 있게 하나의 불교 팩션(사실과 허구를 가감한 것)을 구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거 스님은 "서둘러 책을 출간하지 않은 덕분에 비슬산과 관련된 중요한 핵심을 보충할 기회가 생겨 천만다행"이라며 "내년 3월 대견사 중창 불사가 마무리될 때 일연 스님 일대기를 출간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용천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에도 열심이다. 정태호 용천사 신도회장은 "용천사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교육, 문화, 복지의 장으로서도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이어 "용천에서 용이 나타났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올봄 들어 찾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이를 계기로 청도 지역에 대한 공헌도를 더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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