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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관광엽서 부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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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휴대전화에도 카메라 기능이 있으니 사진 찍기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만 예전에는 여행 가서 사진 한 장 제대로 찍는 것도 일이었다. 특히 필름 카메라 시절 사진 찍기는 특별한 능력을 요구했는데 그러다 보니 관광지에는 사진 찍어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도 꽤 많았다. 관광가이드의 필수 요건 가운데 하나도 사진을 그럴싸하게 찍는 능력이었는데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포토존을 정확히 숙지하는 것도 중요했다. 관광지 단체 사진이 비슷비슷한 것도 전문가들이 엽서나 달력 등에 사용한 사진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초 서울시는 북촌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종로의 모습을 담은 엽서 6종을 무료로 배포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좋은 반응이었는데 한옥 처마 아래에서 엽서를 쓰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았다. 하지만 관광지에서 기념엽서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대구경북의 유명 관광지에서 엽서를 살라치면 "요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전부 인터넷으로 하지"라는 말만 돌아온다. IT강국의 위상을 알리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기념엽서 한 장 사기 힘든 관광지는 매력이 없어 보인다.

관광산업이 발달한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기념엽서를 쉽게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 풍경을 담은 것부터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담은 것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간단한 추억을 엽서 뒷면에 담아 우체통에 넣으면 전 세계 어디로나 배달도 된다. 주말이면 우표자판기까지 있어서 해당 지역에 맞는 가격을 지불하고 우표를 살 수도 있다. 우체국에서조차 우표를 달라고 하면 바코드 스티커 붙이면 된다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다.

이메일이며 SNS며 바로바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행지에서조차 네트워크 찾느라 분주할 필요가 있을까. 또 엽서 한 장을 쓰는 동안 휴식할 수 있는 여유로운 에너지를 버릴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엽서를 받은 사람의 설렘을 이메일과 SNS가 대신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근사하지 않나. 배낭을 잠시 곁에 두고 휴식하는 여행객이 뭔가를 받치고 엽서를 쓰는 모습이.

어제 스웨덴에서 엽서 한 장이 왔다. 스톡홀름의 전경을 담은 엽서 뒷면에는 깨알 같은 글씨의 여행담이 적혀 있었다. 글을 읽고 사진을 보는 동안 여행객과 함께 스칸디나비아의 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엽서의 장소로 떠날 공상도 해 본다. 한 장의 엽서가 스웨덴을 알리기 위해 수많은 돈과 공을 들인 거대한 이벤트보다 나을 때가 있다.

권 오 성(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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