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담뱃갑의 화려한 유혹 끝장날까

보건복지부 흡연경고그림 제도 연내 도입 추진

외국산 담뱃값이 흡연을 경고하는 섬뜩한 그림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구매를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된 국산 담뱃값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산 담뱃값이 흡연을 경고하는 섬뜩한 그림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구매를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된 국산 담뱃값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 담뱃갑은 보기만 해도 섬뜩한데 국산은 갖고 싶을 정도로 디자인이 멋지다.'

우리나라 담뱃갑 디자인과 광고 제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이 자국민의 건강을 위해 담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와 동떨어진 것이다.

◆화려한 디자인의 국내 담뱃갑

이달 임시 국회에 상정될 '흡연경고 사진 의무 부착 법안'을 두고 보건복지부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지난해 12월부터 이른바 담배에'꾸미지 않은 포장'(Plain Package) 규정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제조회사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담뱃갑에 정해진 크기와 서체의 활자만을 사용하고, 개별 담배 제품을 구분할 수 있는 로고'브랜드 등의 이미지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규정이다.

또 앞서 2006년부터는 흡연경고 그림 규정을 시행해 담뱃갑 앞면 75%, 뒷면 90%의 크기로 흡연의 신체적 폐해를 묘사한 이미지를 의무적으로 넣어야 한다.

담뱃갑 규제는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막기 위한 조치다. 오스트레일리아뿐 아니라 영국과 뉴질랜드 등도 관련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담뱃갑에 흡연경고 문구와 발암성 물질 경고 문구를 의무표시하는 것 외에는 디자인은 전적으로 제조사의 재량으로 맡겨두고 있다.

지난해 KT&G는 남성 패션잡지 '아레나'와의 공동 작업으로 담뱃갑 앞면에는 나침반, 뒷면에는 보물지도가 들어간 디자인의 '디스플러스 아레나' 제품을 내놨다. 올해는 고급 클래식 스타일 구두의 바닥과 굽 이미지로 장식된 '디스플러스 아레나팩'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고급 스포츠카로 유명한 이탈리아 '토니노 람보르기니'와 함께 '토니노 람보르기니' 담배를 출시했다. 이 담배의 디자인은 남성들이 선망하는 람보르기니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올해 역시 '토니노 람보르기니 아이스볼트 토네이도 버전'을 한정판매하기도 했다.

담뱃갑뿐 아니라 판매점 내부의 광고도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편의점 담배 광고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편의점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계산대 뒤에 여러 종류의 담배를 진열하고 있었다. 또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LED 조명을 사용한 담배 광고판을 내걸거나 담배 모형 등 입체 광고물을 전시하고 있는 편의점도 많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매출의 상당 부분이 담배가 차지하고 있어 광고에 더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별다른 규제가 없다면 더 화려하고 시선을 잡아당기는 다양한 마케팅 수단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경고 그림 부착 현실화되나

흡연경고 그림 제도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내용을 포함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흡연경고 사진은 담배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흡연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안으로 이미 세계 55개국이 도입했거나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흡연경고 사진을 담뱃갑에 붙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07년에는 관련법을 정부입법으로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않았고, 이와 별도로 의원입법으로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도입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몇 차례 제출됐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31일 제26회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흡연경고 그림 제도를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증진법은 소매점 내부에서 담배 광고물(표시판'스티커 및 포스터)을 전시 또는 부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LED 광고판이나 담배 모형 등도 허용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영국'호주'캐나다'태국'핀란드'아이슬란드'아일랜드'노르웨이 등은 담배 광고는 물론이고 편의점에서 담배를 진열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흡연경고 그림 등을 도입한 나라에서 담배 포장 규제의 효과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건강증진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며 "편의점 담배 진열'광고 금지도 무엇보다 청소년 흡연을 예방하는 측면에서 도입이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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