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 안통해 답답한 의사·환자들 이어준다

김영일 김천의료원장(왼쪽 첫 번째)의 병원 설명을 도티빛융(두번째) 씨가 베트남 교수들에게 통역을 하고 있다. 김천의료원 제공
김영일 김천의료원장(왼쪽 첫 번째)의 병원 설명을 도티빛융(두번째) 씨가 베트남 교수들에게 통역을 하고 있다. 김천의료원 제공

대구에서 일하는 산업연수생 A씨는 이달 초 택시를 타고 김천의료원을 방문했다. A씨가 아픈 몸을 이끌고 김천까지 찾아 온 것은 김천의료원에 베트남어 통역이 가능한 도티빛융(31'구미 사곡동) 씨가 근무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A씨는 허리통증으로 대구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왔으나 말이 통하지 않아 신경외과 진료만 받다가 호전의 기미가 없자 통역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김천의료원으로 달려온 것. 도티빛융씨의 통역을 통해 김천의료원 의료진이 확인한 A씨 병명은 결석이었다. 그는 김천의료원 비뇨기과 진료를 받고 완치돼 퇴원하면서 "도티빛융씨가 없었다면 제대로된 진료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거나 임신 등 다양한 이유로 병원을 찾는 결혼이주여성과 산업연수생들이 병원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어 소통이 안돼 환자나 의사나 답답함을 겪기 일쑤다.

이런 의료현장에서 도티빛융씨는 정확한 의사소통을 통해 환자와 의료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김천의료원이 8개 시군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행복병원'에 동행, 병원을 방문하기 힘든 결혼이주여성의 애로를 듣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2003년 동국방직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그녀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구미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와 베트남 결혼이민여성의 멘토로 활동해 오던 중 2012년 경북도내 1호 의료코디네이터로 첫 발을 디뎠다.

김천의료원이 그녀를 의료코디네이터로 선발한 것은 다문화가족이 많은 지역의 특성과 이들 대부분이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을 못해 자칫 의료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통역과 고객지원 업무를 맡겼던 것.

도티빛융씨의 활약은 이달 17일 경북도청 회의실에서 도내 10개 의료기관과 '결혼이민여성 의료기관 채용 업무협약 체결' 이란 결실을 낳기도 했다. 안동·포항의료원 등 공공병원과 구미강동병원, 안동병원 등 10여개 병원이 김천의료원의 사례에 자극받아 결혼이민여성 가운데 이중언어 능통자를 병원 직원으로 채용하기로 한 것.

최근 그녀에게는 또 다른 일이 생겼다. 김천의료원이 그녀의 활약에 힘입어 베트남 의료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모집키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이달 22일 베트남 공산당중앙위원회 위원이자 교수인 딩수언융씨를 비롯한 8명의 베트남 교수진을 김천의료원으로 초청, 병원 견학 및 의료체험을 진행하고 경북도 관광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어 공부를 위해 최근 한국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에 입학한 도티빛융씨는 "더 열심히 공부해 다문화가정에 관한 정책을 정부에 직접 건의할 수 있는 자리에서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천'신현일기자 hyun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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