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씨가 맡았던 지역축제가 돈만 남기고 손님들에겐 불쾌감만 남긴다는 취지의 영상으로 큰 수입을 올린 전직 MBC 프로듀서 출신 유튜버 김재환 씨는 최근 모범적인 지역축제를 하나 꼽았다. 부산푸드필름페스타(BFFF)였다.
이를 두고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BFFF는 맛집 파워 블로거 황교익 씨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황 씨는 김 씨가 2010년부터 밀어주기 시작해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백 씨의 지역축제 운영 방식과 함께 백 씨의 지인 밀어주기를 강하게 비판해 온 김 씨가 자기 지인을 밀어주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BFFF에선 폭리 영업 논란도 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유튜브 '스튜디오 오재나'에 '백종원이 지역 축제에 목숨 거는 이유?'란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김 씨는 "지방자치단체가 더본코리아와 판을 짜고 지역축제에 참가한 업체들이 더본코리아의 식자재와 소스로 간단하게 조리해 마진을 많이 남기고 팔도록 한다"며 "이렇게 돈을 남기고 외지에서 온 손님들에겐 불쾌감만 남긴다"고 했다.
20분47초짜리 영상에서 더본코리아의 지역축제 영업 방식을 내내 비판한 김 씨는 영상 중후반쯤 '작지만 맛있는 축제도 있다?'는 홍보 문구를 띄운 뒤 한 축제를 추천했다. 그는 "제가 많은 축제를 경험해 보진 못했지만 BFFF는 추천할 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BFFF는 2017년부터 부산에서 열려 온 음식과 영화 결합 지역축제다. 올해는 지난달 13일부터 15일까지 열렸다.

확인 결과 맛집 파워 블로거 황교익 씨는 2017년부터 BFFF 운영위원장을 맡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황 씨가 맡고 있는 축제를 김 씨가 적극 홍보한 것인데 이를 두고 뒷말이 나온다. 평소 백 씨가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준 프로듀서 등을 노골적으로 밀어준다는 비판을 해 온 김 씨가 백 씨와 똑 같은 방식으로 황 씨를 밀어주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씨와 황 씨의 관계는 201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부터 네이버에서 파워 맛집 블로거로 활동하던 황 씨가 요식업계 유명인으로 재탄생한 건 김 씨 덕이었다. 황 씨는 MBC를 그만 둔 김 씨가 2011년 공개한 다큐멘터리 '트루맛쇼'에 출연해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했다. 황 씨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나라의 맛집 방송이 왜 이러느냐?"는 질문을 받자 "방송이 천박한 건 시청자가 천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씨는 그런 황 씨를 또 밀어줬다. 2012년 3월부터 JTBC에서 1년 간 방영된 '미각스캔들'을 제작한 건 김 씨였고 자문을 맡은 건 황 씨였다. 황 씨는 단순 자문뿐만 아니라 '황교익의 미각탐사'라는 코너를 맡기도 했다. 황 씨는 2013년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자신의 블로그에 "김재환 감독에게서 참된 언론인상을 보았다"고 쓸 정도였다.
김 씨가 애써 만들어 준 스타덤에서 황 씨가 내려온 건 광고 탓이 컸다. "떡볶이는 몸에 좋지 않은 맛없는 음식"이라며 떡볶이 광고를 찍고 "라면은 맛이 없다"며 라면 광고를 찍는 등 언행불일치가 세간에 알려져서였다. 더군다나 백 씨가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으로 대스타가 된 뒤 황 씨는 "백종원의 만능 간장은 사료를 먹는 것과 같다"고 말했는데 추후 만능 간장 광고를 한 사실이 공개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황 씨는 이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 애썼다. 2018년 6월 CBS 라디오에서 "저는 어떤 공직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참 오래됐다"던 그는 2021년 8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에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식에 여론은 들끓었고 결국 황 씨는 물러나고 말았다. 비슷한 시기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러브콜로 서울시장 후보 제안을 받기도 한 백 씨의 행보와는 정반대였다.
이후 황 씨는 조용히 BFFF 운영위원장을 맡으며 지내오고 있었다. 김 씨는 그런 그에게 힘이 되고자 올해에도 백 씨 비판 영상을 찍으며 황 씨가 맡은 지역축제를 홍보해 준 것이다.
황 씨는 김 씨가 연일 백종원 저격 영상을 올리며 자신이 담당한 축제까지 홍보해 주자 이에 화답하듯 지난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남겼다. "한국 언론인 중에 모범 삼을 만한 사람 딱 하나만 꼽으라 하면 저는 김재환을 꼽습니다. 그는 대중에게 이익이 될 것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닥치는 손해는 묵묵히 받아들입니다"라는 글이었다.
김 씨의 기대와 달리 황 씨 전폭 밀어주기 결과는 싸늘했다. 황 씨가 진두지휘한 올해 BFFF에서도 잡음이 나왔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에선 'BFFF 푸드존 폭리 영업'이란 취지의 비판이 나왔다.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BFFF에서 판매된 샌드위치는 8천500원, 빵은 5천500~6천500원, 닭꼬치는 5천원, 순대(소)는 7천원, 하이볼은 9천원~1만원이었다. BFFF에서 부스를 임대한 상인들은 "부스 임대료가 1일 30만원, 3일 90만원으로 적자를 면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시중보다 비싸게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황 씨 담당 축제를 홍보하며 "백 씨의 지역축제는 돈만 남기고 손님들에겐 불쾌감만 남긴다. BFFF는 당장 돈을 많이 남기기 보다 자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참여한다.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나눠주는 축제"라고 말한 바 있다.
매일신문은 김 씨에게 "당신의 행보나 백 씨 행보나 비슷해 보이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려 여러 차례 전화했다. 그는 전화는 받지 않고 문자로 "답변이 의미 없겠다 싶다"고만 했다. 황 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MBC 프로듀서 출신 딱지를 붙이고 지난해 2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김 씨는 고전을 면치 못하다 올해 4월부터 시작한 '백종원 저격'으로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백 씨와 무관한 일반영상 164개 평균 조회수는 4.7만뷰였지만 백 씨 관련 영상 평균 조회수는 100만뷰를 넘겼다. 그는 5월부턴 아예 월 4천990원씩 내는 '후원자'를 공개 모집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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