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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백종원 저격수'가 추천한 축제…황교익 축제였다

전직 MBC 프로듀서 출신 유튜버 김재환 씨가 지난달 13일
전직 MBC 프로듀서 출신 유튜버 김재환 씨가 지난달 13일 '스튜디오 오재나'에 올린 부산푸드필름페스티벌(BFFF) 홍보 영상. BFFF 운영위원장은 김 씨가 오래 전부터 밀어온 맛집 파워 블로거 황교익 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갈무리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씨가 맡았던 지역축제가 돈만 남기고 손님들에겐 불쾌감만 남긴다는 취지의 영상으로 큰 수입을 올린 전직 MBC 프로듀서 출신 유튜버 김재환 씨는 최근 모범적인 지역축제를 하나 꼽았다. 부산푸드필름페스타(BFFF)였다.

이를 두고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BFFF는 맛집 파워 블로거 황교익 씨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황 씨는 김 씨가 2010년부터 밀어주기 시작해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백 씨의 지역축제 운영 방식과 함께 백 씨의 지인 밀어주기를 강하게 비판해 온 김 씨가 자기 지인을 밀어주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BFFF에선 폭리 영업 논란도 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유튜브 '스튜디오 오재나'에 '백종원이 지역 축제에 목숨 거는 이유?'란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김 씨는 "지방자치단체가 더본코리아와 판을 짜고 지역축제에 참가한 업체들이 더본코리아의 식자재와 소스로 간단하게 조리해 마진을 많이 남기고 팔도록 한다"며 "이렇게 돈을 남기고 외지에서 온 손님들에겐 불쾌감만 남긴다"고 했다.

20분47초짜리 영상에서 더본코리아의 지역축제 영업 방식을 내내 비판한 김 씨는 영상 중후반쯤 '작지만 맛있는 축제도 있다?'는 홍보 문구를 띄운 뒤 한 축제를 추천했다. 그는 "제가 많은 축제를 경험해 보진 못했지만 BFFF는 추천할 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BFFF는 2017년부터 부산에서 열려 온 음식과 영화 결합 지역축제다. 올해는 지난달 13일부터 15일까지 열렸다.

지난해 8월12일
지난해 8월12일 '매불쇼'에 출연한 유튜버 김재환 씨. 유튜브 갈무리

확인 결과 맛집 파워 블로거 황교익 씨는 2017년부터 BFFF 운영위원장을 맡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황 씨가 맡고 있는 축제를 김 씨가 적극 홍보한 것인데 이를 두고 뒷말이 나온다. 평소 백 씨가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준 프로듀서 등을 노골적으로 밀어준다는 비판을 해 온 김 씨가 백 씨와 똑 같은 방식으로 황 씨를 밀어주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씨와 황 씨의 관계는 201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부터 네이버에서 파워 맛집 블로거로 활동하던 황 씨가 요식업계 유명인으로 재탄생한 건 김 씨 덕이었다. 황 씨는 MBC를 그만 둔 김 씨가 2011년 공개한 다큐멘터리 '트루맛쇼'에 출연해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했다. 황 씨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나라의 맛집 방송이 왜 이러느냐?"는 질문을 받자 "방송이 천박한 건 시청자가 천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씨는 그런 황 씨를 또 밀어줬다. 2012년 3월부터 JTBC에서 1년 간 방영된 '미각스캔들'을 제작한 건 김 씨였고 자문을 맡은 건 황 씨였다. 황 씨는 단순 자문뿐만 아니라 '황교익의 미각탐사'라는 코너를 맡기도 했다. 황 씨는 2013년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자신의 블로그에 "김재환 감독에게서 참된 언론인상을 보았다"고 쓸 정도였다.

김 씨가 애써 만들어 준 스타덤에서 황 씨가 내려온 건 광고 탓이 컸다. "떡볶이는 몸에 좋지 않은 맛없는 음식"이라며 떡볶이 광고를 찍고 "라면은 맛이 없다"며 라면 광고를 찍는 등 언행불일치가 세간에 알려져서였다. 더군다나 백 씨가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으로 대스타가 된 뒤 황 씨는 "백종원의 만능 간장은 사료를 먹는 것과 같다"고 말했는데 추후 만능 간장 광고를 한 사실이 공개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황교익 씨의 발언과 광고. tvN 및 광고사 갈무리
황교익 씨의 발언과 광고. tvN 및 광고사 갈무리

황 씨는 이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 애썼다. 2018년 6월 CBS 라디오에서 "저는 어떤 공직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참 오래됐다"던 그는 2021년 8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에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식에 여론은 들끓었고 결국 황 씨는 물러나고 말았다. 비슷한 시기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러브콜로 서울시장 후보 제안을 받기도 한 백 씨의 행보와는 정반대였다.

이후 황 씨는 조용히 BFFF 운영위원장을 맡으며 지내오고 있었다. 김 씨는 그런 그에게 힘이 되고자 올해에도 백 씨 비판 영상을 찍으며 황 씨가 맡은 지역축제를 홍보해 준 것이다.

황 씨는 김 씨가 연일 백종원 저격 영상을 올리며 자신이 담당한 축제까지 홍보해 주자 이에 화답하듯 지난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남겼다. "한국 언론인 중에 모범 삼을 만한 사람 딱 하나만 꼽으라 하면 저는 김재환을 꼽습니다. 그는 대중에게 이익이 될 것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닥치는 손해는 묵묵히 받아들입니다"라는 글이었다.

김 씨의 기대와 달리 황 씨 전폭 밀어주기 결과는 싸늘했다. 황 씨가 진두지휘한 올해 BFFF에서도 잡음이 나왔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에선 'BFFF 푸드존 폭리 영업'이란 취지의 비판이 나왔다.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BFFF에서 판매된 샌드위치는 8천500원, 빵은 5천500~6천500원, 닭꼬치는 5천원, 순대(소)는 7천원, 하이볼은 9천원~1만원이었다. BFFF에서 부스를 임대한 상인들은 "부스 임대료가 1일 30만원, 3일 90만원으로 적자를 면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시중보다 비싸게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황 씨 담당 축제를 홍보하며 "백 씨의 지역축제는 돈만 남기고 손님들에겐 불쾌감만 남긴다. BFFF는 당장 돈을 많이 남기기 보다 자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참여한다.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나눠주는 축제"라고 말한 바 있다.

매일신문은 김 씨에게 "당신의 행보나 백 씨 행보나 비슷해 보이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려 여러 차례 전화했다. 그는 전화는 받지 않고 문자로 "답변이 의미 없겠다 싶다"고만 했다. 황 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MBC 프로듀서 출신 딱지를 붙이고 지난해 2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김 씨는 고전을 면치 못하다 올해 4월부터 시작한 '백종원 저격'으로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백 씨와 무관한 일반영상 164개 평균 조회수는 4.7만뷰였지만 백 씨 관련 영상 평균 조회수는 100만뷰를 넘겼다. 그는 5월부턴 아예 월 4천990원씩 내는 '후원자'를 공개 모집하고 나섰다.

MBC 프로듀서 출신 김재환 씨는 5월부터 유튜브 채널 유료 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MBC 프로듀서 출신 김재환 씨는 5월부터 유튜브 채널 유료 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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