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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웅의 노거수와 사람들] 초계인 동계 정온 선생 종택의 매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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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를 좋아했던 선생을 기려 증손자가 심어

선생은 본관이 초계(草溪)로 아호는 동계, 진사 정유명과 어머니 강 씨 사이에 태어났다. 1610년(광해군 2년) 문과에 급제하여 사간원 정언 등을 역임했다. 영창대군이 강화 부사 정항에 의해서 피살되자 상소를 올려 그를 처벌할 것과 당시 일어나고 있던 폐모론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이에 격분한 광해군은 영돈녕부사 이원익, 영의정 기자헌, 좌의정 심희수, 우의정 정창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로 유배 보냈다. 그 뒤 인조반정 때까지 10년 동안 유배지에 있으면서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고 중국 옛 성현들의 명언을 모은 '덕변록'(德辨錄)을 지어 생활신조로 삼았다.

인조반정 후 사간'이조참의'대사간'대제학'이조참판 등 청요직(淸要職)을 역임했다. 특히, 언관으로 있으면서 반정공신들의 비리와 병권장악을 공격하였다. 1636년(인조 14년) 병자호란 때에는 이조참판으로서 최명길(崔鳴吉) 등의 화의 주장을 적극 반대했다. 강화도가 함락되고 항복이 결정되자 오랑캐에 항복하는 수치를 참을 수 없다며 칼로 자결을 시도했으나 주위의 만류로 겨우 목숨을 부지했다.

그 뒤 관직을 단념하고 덕유산에 들어가 초근목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돌아가셨다. 숙종 때 절의를 높이 평가하여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어려서부터 남명과 정인홍을 사사하여 그의 강개한 기질과 학통을 전수받았다.

1607년(선조 40년) 유영경 등 소북파를 탄핵하다가 처벌을 받자 정인홍을 변호하는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이후 격화된 당쟁 속에서 선생과 그 후손들은 남인으로 당파를 바꾸었다.

조선 후기 숭명 배청사상이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같은 척화론자였던 김상헌보다 크게 추앙받지 못한 것은 집권당인 노론이 아니고 남인이었던 데 연유한다. 이황-정구-허목으로 이어지는 기호 남인 학통 수립에도 큰 역할을 하였다.

제주의 귤림서원, 함양의 남계서원 등에 배향되었다. 시호는 문간(文簡)이며 문집으로 '동계집'이 있다.

나무와 꽃을 좋아하는 일행과 거창지역 답사에 나섰다. 명소 수승대와 거창 신씨 집성촌인 황산마을을 둘러보고 동계 종택(중요민속자료 제205호)으로 향했다.

솟을대문 입구의 상단에 '문간공동계정온지문'(文簡公桐溪鄭蘊之門)이라는 숙종이 내린 시호가 붙어 있는 것이 여느 사대부가와 달랐다. 사랑채 역시 규모가 컸고 왼쪽의 누마루에 문을 달아 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과 눈썹지붕이 특이했다. 불천위 사당에는 선생의 절의를 기리는 정조의 어제(御製) 시판이 있다.

사랑채 마당 오른쪽에 큰 매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15대 종손 정완수(鄭完秀) 씨에게 누가 심은 것이냐고 물었더니 매화를 좋아했던 선생을 기려 증손자 정중원(鄭重元'1659~1726)이 심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수령이 300여 년이나 된다. 매화를 잘 안다는 어느 방문객이 200여 년 정도로 추정해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정중원은 아호가 천옹으로 1678년(숙종 4년) 진사시에 합격해 광릉 참봉, 동몽교관, 소수서원 원장을 지냈으며 학문이 깊고 많은 글을 남겼다.

전국의 많은 고매(古梅)들이 그렇듯이 이 매화나무 역시 원 둥치는 죽고 맹아가 자란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종손의 주장이 틀리지 않는다. 종손과 종부가 집을 지키고 있어 그런지 넓은 집안이 매우 정갈했다. 솜씨 좋은 종부께서 400년 대물림해온 손맛을 살려 된장, 고추장, 간장을 생산하며 명문가 전통 장류(醬類)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도 남달랐다.

대구생명의 숲 운영위원(ljw16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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