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여행은 만남이라고 했다. 역사와 문화의 만남, 대자연과의 만남 속에서 자신과의 만남도 생겨난다. 이제 실크로드 대장정을 마쳐야한다. 지난 2010년 8월 지역의 토론모임인 작가콜로퀴엄 회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실크로드 탐사여행 계획이 나왔고 중국국내 여정부터 곧바로 실행됐다. 그 후 3년간 4번에 걸친 도전으로 중앙아시아와 이란, 터키까지 전 구간 종주를 성취했다. 당시에는 출발점을 중국 시안으로 잡아 현장법사와 관련된 대자은사의 대안탑 앞에서 향불을 사르며 성공 여정을 기원했었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지나온 길들을 다시 되짚어 한민족과의 연결고리가 있었던 곳을 본다. 병령사 석굴의 마애불에서 만난 부처는 석굴암에 있고 혜초 스님의 흔적은 돈황석굴에서 찾을 수 있었다. 경주 박물관에서 본 유리항아리는 이란에서 만났고 사마르칸트의 신라사신도와 고선지 장군의 격전지도 찾았다. 오는 8월 31일부터 23일간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린다. 경주에서 당나라 장안 즉 지금의 시안을 연결하고 동서양 소통의 길을 모색한다.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한국과 터키, 양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21세기 신 실크로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본다.
3년 동안 '21세기 실크로드'특집 총 59회를 연재했다. 1부는 중국국내 구간으로 23회, 2부는 중앙아시아 지역 22회, 3부는 이란과 터키 구간 14회를 실었다. 대략 합해서 200자 원고지 700정 분량에 사진 약 300장을 게재했다. 제작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그보다도 많은 긍정적 피드백과 함께 열독해 준 독자들에게는 더욱 감사하다. 돌이켜보면 사진촬영 관계로 국경수비대에 잡히기도 하고 길을 잃고 국제미아가 되기도 했다. 그것도 45℃가 넘는 열탕 속이었으니 시련 속에 인생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정을 보내면서도 하루에 대략 2천 컷의 사진을 찍었다. 총 여행기간 60일 동안 약 12만 컷의 실크로드 관련 사진자료를 확보한 셈이다. 어느덧 순례 길도 종점에 다다른 것 같다. 인도 순례를 마치고 실크로드 육로를 따라 돌아온 혜초 스님의 출발코스는 동남아를 거쳐 인도에 이르는 해양실크로드를 이용했다고 한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바람 따라 흐르는 물길에 몸을 실어 그 여정도 탐사해 볼 꿈을 가진다.
◇실크로드 여행 꿈을 가진 사람에게…'몸'부터 만들고 다음은 꼼꼼함 준비 정보 수집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요즈음은 실크로드 여행과 관련한 관광 인프라가 어느 정도 정비되어 있으나 아직도 나라에 따라 어려운 곳도 많습니다. 그러나 두려워 할 것은 없고 어느 세상이라도 다 사람 사는 동네입니다. 자연조건 등으로 봐서 나름대로의 사전준비가 필요합니다. 출발해서 한번 만에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 이스탄불까지 전 구간을 종주하려면 그만큼의 오랜 기간과 과다한 경비가 들게 됩니다. 도보로 또는 자전거로 주파하기도 한다는데 각자의 여행방법은 다양하겠으나 일반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형편대로 구간을 나누어서 여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반도 백두대간을 여러 번 나누어서 종주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왜냐하면 여행기간과 경비, 그리고 체력을 감안해야 합니다. 직장인들은 긴 휴가를 잡기가 힘드니 일 년에 한 번 정도 황금연휴 등 10일 이상의 기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여행사에서는 열흘 전후의 기간으로 다녀올 수 있는 구간별 상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약 3년이 걸리지요. 비용도 한 번 갈 때마다 봉급생활자에게는 부담이 됩니다.
자, 시간과 경비가 확보된다면 체력이 필요합니다. 70세 넘는 노장들도 일정을 잘 소화합니다만 역시 연일 7~8시간 버스를 타거나 척박한 기후 풍토와 음식도 다릅니다. 체력을 단련하거나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출발하는 것이지요. 다음으로는 현지의 정보를 잘 파악하고 가능하면 사전지식을 많이 숙지하고 가야합니다. 실크로드 여행을 더욱 알차게 하려면 관련서적을 읽어 보며 가상여행도 해봅니다. 실크로드 역사서, 여행기 등은 다수 출판되어 있습니다. 길을 떠난 자만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법이지요. 부디 여행을 통해 고단한 삶을 쉬어가며 실크로드의 도전정신으로 다시 시작하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박순국(전 매일신문 편집위원) sije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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