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상상나라연합

몇 해 전에 어느 대학교수가 한 모임에서 '컬러풀 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시에 대해 한마디 했다. "대구가 '컬러풀 도시'가 되려면 대구 사람들이 색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화려한 색상의 옷도 입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옷차림이 너무 칙칙하지 않나요?" 그의 말은 행동이 생각을 뒤따르지 못하는 차이를 꼬집은 것이었다. 행동이 사고와 의식에 지배된다는 점에 비추어 새로운 구상과 정책을 내놓더라도 의식과 괴리가 있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해석으로 확장할 수 있다.

대구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패션과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기에 수긍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패션과 유행이 획일적이라는 측면은 곱씹을 필요가 있다. '컬러풀 대구'를 추구하는 대구시 공무원부터 공무원 특유의 복장 문화를 개선해봄 직도 하다. 유행이라는 것이 본디 하나의 경향을 따르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도 개성을 추구하거나 오히려 반유행적인 독특함으로 다양성을 빚어낼 때 거꾸로 행동이 의식을 바꾸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1개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지를 부각시키려고 '상상나라연합'이라는 것이 발족했다. 가입 지자체의 관광지에 창조적인 상상력을 불어넣어 국제연합(UN)의 회원국처럼 묶은 브랜드이다. '장난끼 공화국'(경북 청송군)과 레저 시설이 풍부해 쉬고 놀기 좋다는 '쉬쉬놀놀 공화국'(경기 양평군), 동화 축제를 여는 '동화나라 공화국'(서울 광진구) 등이 속해 있다. '상상나라연합'을 만든 강우현 씨는 춘천의 남이섬을 상상력의 공간으로 재창조해 잘 알려진 인물이다. 경북 청도군에 철가방코미디극장을 만들어 유명하게 알린 개그맨 전유성 씨도 엉뚱한 상상력으로는 뒤지지 않는다.

발랄한 상상력으로 평범한 장소를 매혹적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은 흥미롭고 놀랍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에게 일상의 무거운 짐 속에서도 경직성을 떨쳐 버리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깨우쳐주는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도 창의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으나 검찰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청와대 참모진이 개편되는 것을 볼 때 얼마나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때마침 정부가 초등학교에 무한상상실을 설치하는 등 창의적 인재 육성 방안을 발표했는데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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