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현장의 증거물 확보와 차량 관리 용도로 인기가 높은 차량용 블랙박스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능을 더한 고사양 모델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금전적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
◆허위'과장 광고 많아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차량용 블랙박스 관련 소비자 피해건수를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에 132건이 접수됐다.
피해 유형별로는 'A/S 불만 및 지연'(51건, 41.8%)이 다수를 차지했다. 사고 상황이 녹화되지 않거나 낮은 해상도로 무용지물이 되는 등 고질적 문제인 '제품 하자'(41건, 33.6%)가 2위를 차지했다.
특히 허위 과장광고 및 사기 피해는 30건(24.6%)에 달했다. 블랙박스의 유통 경로가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뿐만 아니라 도로변 좌판 등 판매경로가 다양하고, 제조사만 200여 개가 넘어서면서 판매 경쟁에 따른 허위 및 과장광고가 판을 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북 예천군의 김모 씨는 예기치 못한 사고를 대비해 오픈마켓에서 블랙박스를 구입했다. 판매자가 올린 광고 영상처럼 깨끗한 화질을 기대하고 구입했지만 야간 운행 시 바로 앞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는가 하면 심지어 주간에 옆 차로 번호판조차 보이지 않았다.
화질에 실망한 김씨는 녹화 영상을 첨부해 고객만족센터에 상담을 의뢰했지만, 제조사 측은 영상 분석 후 '정상'이라고 결론지었다. 김씨는 "광고 시에는 주'야간 차량 식별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광고를 했다"고 분개했다.
이런 피해사례들 때문에 한국소비자원은 각종 기능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할 것을 당부했다. 소비자원은 "소비자가 블랙박스를 구입할 때 채널 수, 화질, 시야각, 충격감지, 동작감지, 주차녹화, 모니터내장, A/S 처리 등을 따져보는 것이 좋다"며 "저가나 무료 설치 등의 이벤트를 벌이는 블랙박스 업체 제품 구입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식지점에서 설치하고 수시로 관리
최근 많은 문제점들이 불거지고 있지만 블랙박스가 사고 예방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손해보험협회와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자료에 의하면 블랙박스를 설치한 법인택시의 교통사고 감소율(2011년 기준)이 장착 전(2007년)에 비해 17.7%나 급감했다. 각 보험회사들도 효과를 인정해 블랙박스 장착 차량 운전자에게 연간 3~5% 보험료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내년부터 서울시가'택시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면 현재 연간 3천800억원(업계 추정치)인 시장 규모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운전자의 필수품이 된 블랙박스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우선 블랙박스가 컴퓨터처럼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검증받지 않은 사업자에게 구매하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렴한 가격에 끌려 인터넷몰이나 개별 판매자에게 구입할 경우 설치 불량으로 인한 하자 및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한 사기 피해 위험도가 높다는 것.
제조사 직영 대리점이나 관련 유통망을 통해 구입하지 않으면 A/S를 받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설치 역시 공임비를 주고 공식 지점에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용 시 기기는 물론 녹화 영상의 지속적인 관리 역시 필수사항이다. 특히 최근 35~40℃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내리쬐고 있어 블랙박스가 장착된 앞유리 부근은 최대 8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 배터리나 저장장치가 소실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소비자원이 시판 중인 차량용 블랙박스 31대를 대상으로 고온 작동 시험을 실시한 결과 60도 이상일 때 9개(29%), 90도 이상일 땐 22개(71%) 제품에서 화질 저하 및 메모리 카드 장애 문제가 발생했다.
소비자원은 "주위 온도가 60도부터 메모리카드 오류 혹은 비정상 작동으로 인한 저장 불량이 발생했고 70도 이상에서는 기존에 저장되어 있던 영상파일이 손상되는 제품도 있었다"며 "여름철 야외 주차를 할 경우 반드시 차량용 블랙박스의 전원을 끄고 중요한 사고 영상은 별도로 저장해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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