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한 남자가 신문에 연재된 음식 관련 기사를 스크랩한 것을 건네며 '평생 당신과 여기 있는 요리를 함께 만들어 먹고 싶다'며 프러포즈했습니다. 화려한 꽃도, 비싼 보석도 아니었지만 나를 위해 스크랩하고 묶은 그의 정성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NIE 전문가 남성숙(55) 한국NIE협회 대구지회장이 신문과 더불어 살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른다. 그의 별명은 '하루에 8개의 신문을 읽는 여자'다. 그의 직업은 '신문은 재미있고, 우리 삶에 가장 유익한 정보창구'라는 사실을 전파하는 '신문 전도사'이다.
"하루 신문을 다 읽고 잠드는 시간은 평균 새벽 3, 4시입니다."
남 지회장은 신문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NIE(Newspaper In Educat ion) 전문가다. NIE는 '신문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 NIE를 접해 본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다. 남 지회장은 대구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 NIE 지도자 과정 수업. 다문화가족 수업, 특강, 고교 방과 후 신문 포트폴리오 수업 등으로 하루가 바쁘다. "신문은 나의 인생이다. 그 어떤 취미활동보다 신문 읽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즐겁고,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사람들 앞에서 신문에 대해 강의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신문은 매일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삶의 길잡이"라며 '신문보기'를 적극 권유한다. 그 이유는 신문이 자신의 삶을 확 바꿔 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도깨비 방망이
남 지회장은 NIE 프로그램 연구와 개발, NIE 워크숍'세미나'강좌 기획, NIE 전문가 교육, 학교'학원'단체'홈스쿨 등 NIE 전문강사 파견, NIE 강의 등 신문과 관련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자신이 신문을 통해 '아이를 잘 키우고자 하는 바람'과 '자기계발의 꿈', 그리고 '일자리 창출과 그를 통한 경제적인 효과' 등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강의를 할 때마다 '신문은 도깨비 방망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NIE를 통해 자녀의 진로 탐색과 대학 강의, 지도자 양성 등 자신의 꿈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신문은 자녀교육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아이들에게 신문에 실린 사진들을 스크랩해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게 했고, 신문 속 글자 찾기 놀이를 함께하면서 일찍 한글을 깨우치게 했다. 신문은 자녀의 대학 진학에도 큰 도움이 됐다.
"아이들이 중'고교 시절 조기유학을 원했을 때, 신문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주는 등대이자 나침반 역할을 해 주었다. 신문이라는 창을 통해 나라 밖 세상을 보지 못했더라면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아들 민호(28) 씨는 대구외고 1학년을 마치고 캐나다로 유학,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했다. 딸 민혜(26) 씨도 중3 때 캐나다로 유학, 오빠처럼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 지금은 서울대 정치학과 석사과정 중이다. "아이들의 대학 입시 때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입학사정관이란 제도를 알게 됐다. 그런데 4년 후 우리나라에도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됐다"며 "준비만 잘하면 충분히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NIE에 미쳐서 산 15년
남 지회장은 'NIE 전문가'다. 아이들이 대학 입학 때 서류 준비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NIE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때 '이제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것. 15년 동안 오직 NIE에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은 결과, 지금은 유명세를 타면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가 달려가는 곳은 유아교육현장부터 다문화가정, 초'중'고 교사모임, 기업체 등 다양하다. 신문을 주제로 '쉽고 재미있는 강의'라는 평판을 받고 있다. 요즘은 대구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 NIE 지도자 과정을 강의한다. 경북여고에서 방과 후 수업을 하면서 고3 학생들에게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차별화된 신문 포트폴리오'를 가르치고 있다.
취재하던 지난주에도 초교 교사들의 모임인 '경북신문교육교과연구회' 연수에 초청돼 포항으로 갔다. 요즘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다문화가정의 결혼이민자 여성들에게 NIE를 통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다. 그는 "우리말과 우리글이 낯선 그들에게 신문을 이용하여 자료를 만들어 한글을 가르치면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고 소개한다. NIE 강의가 있는 날은 하루 4시간의 부족한 수면시간에도 불만이 없다. NIE 교육으로 인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평생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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